두산 김동주(34)는 자존심이 매우 강하다. 아마 시절부터 국내 최고의 오른손 타자였고, 야구인도 그를 최고의 우타자로 꼽는다. 김인식 한화 고문은 "기술은 김동주가 이승엽보다 낫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동주는 3루수라는 데도 자부심이 매우 강하다. 내야수로서 부담이 많은 포지션인데 타격 재능까지 출중하니 그야말로 최고의 3루수라 할 수 있다. 

#"끄떡없어요"

하지만 그도 나이가 들었다. 지난 시즌 팔꿈치 통증에 더러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두산 김경문 감독으로부터 1루수 전향 권유도 받았지만 아직까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김동주는 3루수 자리를 지켜야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김동주가 두산의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배팅볼 투수를 자청했다. 

사흘 연속 던졌다. 팔꿈치가 건재하다는 일종의 무력 시위. 아직도 충분하니 믿고 맡겨달라는 의미였다.

#"타격으로도 충분해"

김 감독은 김동주가 굳이 3루수를 고집하지 않아도 글러브를 유연하게 다루는 능력과 타격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지닌 선수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3일 김동주에 대해 "타격 능력만으로도 용병급이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타격에만 집중해도 몸값에 걸맞는다는 얘기다. 

이는 야구를 오래하라는 선배의 충고이기도 하다. 3루수를 고집하면 송구 때문에 고생할 수도 있지만 1루수를 맡으면 그런 부담을 덜 수 있어 선수 생활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두산 코칭스태프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김동주의 타격 훈련에 더 집중하는 이유다.

김동주는 지난해 3할5푼3리를 쳤지만, 송재박 타격 코치와 함께 타격폼을 교정 중이다. 3할을 넘기는 타율뿐 아니라 보다 확실한 한국 최고의 우타자 자리를 다지기 위한 승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