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음 편하게 운동에 전념하겠다."

'빅초이' 최희섭(31·KIA)은 모처럼 편안해 보였다. 

22일 광주 삼성전에 앞서 중대사를 발표하면서 마음에 지고 있던 큰 짐을 하나 내려놓은 듯한 표정이었다. 

최희섭은 이날 오전 "12월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2006년 미스코리아 미 출신 김유미씨(27)와 결혼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오후 훈련 뒤 간담회를 갖고 예비신부 김유미씨와 만난 과정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후반기 각오도 다졌다. 

먼저 갑자기 결혼 발표를 하게 된 과정부터 설명했다.

"오전에 여자친구가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기사가 나갈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며 "팀 성적이 안 좋아 시즌 뒤 쯤 발표하려 했는데 상황이 바뀌어 팀 관계자와 상의했고, 결국 조금 일찍 발표하게 됐다"고 했다.

미스코리아 출신의 예비신부는 연세대 의류환경학과를 졸업한 재원. 미스코리아 대회 후에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MC로도 활동했다. 또 모친이 트로트 가수 현숙과 의자매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희섭은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2007년 지인의 소개로 김씨를 만났고, 결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2008년이라고 밝혔다.

2007년 시즌 중반 KIA에 합류, 52경기에서 타율 3할3푼7리, 7홈런으로 가능성을 보였으나 2008년 적응에 실패해 타율 2할2푼9리에 6홈런에 그친 최희섭은 자신있게 뛰어든 한국 프로무대에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자 큰 시련을 겪었다. 이 때 김씨가 옆에서 많은 조언과 배려로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최희섭은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한 나와 달리 현명하고 도움되는 조언을 많이 해줘 다시 야구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 때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예비신부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냈다.

"마음씨가 참 좋다. 내가 운동선수라는 점을 잘 이해해준다. 2009년 시즌 앞두고 산에 오르는 등 훈련에 매진하면서 데이트를 많이 하지 못하는데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운동에 전념하게 해줬다"고 했다.

집안 허락을 받는데 시간이 걸려 지난 시즌 뒤 결혼에 골인하지 못했는 데 최희섭도 이 점이 조금 아쉽다고 했다. 

"지난 해 우승하고 결혼했으면 좋았을 걸 미뤄지다보니 올 시즌까지 왔다. 팀 상황이 좋았으면 좀더 더 기분좋게 발표했을텐데"라고 했다.

결혼은 지난 5월8일 양가 상견례 겸 식사하는 자리에서 정했다. 다만 아시안게임·포스트시즌 일정이 어떻게 될 지 몰라 날짜를 잡지 못했으나 최근 결혼 문제로 주위에서 말들이 오가자 전격 결정하게 됐다.

아직 정식으로 프러포즈도 못했다는 최희섭은 "시즌 후에 해야죠"라면서 미소지었다.

갑작스럽게 발표하게 된 바람에 결혼 준비는 고사하고, 시즌 중이라 힘든 부분이 많겠지만 지금부터 조금씩 해나가겠다는 최희섭은 신접살림은 광주에 차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속 시원히 발표한 이상 마음 편하게 후반기 도약을 위해 힘쓰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