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SK전이 열린 22일 목동구장. 경기전 넥센 김시진 감독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롯데로 트레이드 된 황재균(23)의 전화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트레이드 승인에 황재균이 마지막 인사를 위해 전화한 것이다. 

김 감독은 이미 시즌 전, 현금 트레이드라는 구단의 결정으로 선발 투수 장원삼·이현승에 국가대표 외야수 이택근을 다른 팀에 넘겨준 아픔을 겪었다. 

어렵사리 시즌을 치르고 있는 이 와중에 주전 3루수 황재균까지 또 보냈으니 마음이 쓸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황재균도 그 마음을 알기에 괜시리 죄송한 마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했고, 김 감독은 그런 제자에게 특유의 유머를 섞어가며 덕담을 했다.

최근 부진하던 황재균이 "넥센에서 못해서 죄송하다"고 하자 김 감독은 "아니다. 잘 해줬어…. 작년에"라고 껄껄 웃었다.

이어 "우리가 10년 뒤 어떻게 만날 지 아무도 모른다. 롯데 가서도 잘 해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라. 어디 가서든 최선을 다하고 남보다 10분이라도 빨리 시작하는 부지런한 선수가 되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진심어린 덕담을 해줬다.

이어 "우리 투수들이 네 약점 모두 알고 있으니까 네가 알아서 잘 치라"며 "올스타전에서 보자"고 인사를 마쳤다.

사실 김 감독과 황재균은 트레이드가 발표됐던 20일 밤 이미 통화했다.

김 감독은 "'아무리 넥센에 돈이 있네 없네 해도 뭔가가 있으니 선수들이 저렇게 버티는구나'라고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라고 말해줬다. 우리 팀에서 다른 팀으로 간 선수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바라는 마음"이라고 애써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