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이 2004년 두산 지휘봉을 잡은 뒤 지금까지 행보는 성공적이다.

‘초보 감독’이라는 우려에도 냉철한 판단과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했고, 선수를 보는 눈도 탁월해 손시헌·이종욱·고영민·김현수 등 많은 숨은 보석을 캐 주전으로 키웠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김동주 중심의 야구’에서 팀 야구가 가능하게 바꿔 최하위에서 3년만에 우승 전력으로 만들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금메달을 따 국민 영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직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정상에 오르지 못한 한을 품고 있다.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SK에 막혀 좌절했다. 2007·2008시즌에는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에서 SK와 만나 시리즈 리드를 잡고도 역전을 허용하면서 눈물흘렸다.

지난해 플레이오프는 더욱 뼈아팠다. 다시 SK와 만나 문학 원정에서 2경기를 모두 승리하면서 포스트시즌 징크스 탈출을 눈 앞에 뒀다. 하지만 이후 무언가에 홀린 듯 3경기를 모두 내주면서 충격의 역전 스윕을 당해 한국시리즈 진출조차 못했다.

“야구는 알면 알수록 어렵다”며 마음을 추스린 김 감독은 올시즌 용병 원투펀치 영입과 장타력이 좋아진 타선을 앞세워 다시 한번 대권 도전을 노렸다. 하지만 팀 전력이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아 결국 3위에 그쳤다.

현 포스트시즌 시스템(5-5-7)에서 준플레이오프팀이 우승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팀 분위기나 전력이 롯데·삼성·SK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올해 우승에 대한 욕심을 상당히 비운 듯 하지만 타고난 승부사인 만큼 마지막까지 포기는 없다.

9년전 두산 코치 시절 우승했던 기억도 힘이 된다. 두산은 2001년 준플레이오프서 한화, 플레이오프서 현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차례로 누르고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역대 19차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우승팀이 나온건 92년 롯데와 두산 밖에 없다.

지난 세차례의 실패로 더 단단해진 두산 야구가 올시즌 우승의 한을 풀 수 있을까. 김 감독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줄 지도력과 리더십이 이래저래 화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