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만 야구대표팀에 대한 기대는 한국 못지 않다. 대만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에게 패하는 수모를 당하고, 지난해 WBC에서도 한국과 일본에 밀려 1차예선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지난 2년간 치욕을 갚으려는 각오가 대단하다.

그런데 해외파까지 동원한 한국이 걸림돌로 등장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 대한 경계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23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대륙간컵 개막전 한국-대만전에서 한 관중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얼굴과 함께 '천안함처럼 한국을 두들기자'란 과격한 구호로 응원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는 "자세히 보면 최근 잘 나가고 있는 한국 야구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큰 것 같다. 대만 사람들은 '우리와 별 차이 없는데 왜 한국은 성적이 좋은가'하는 사고를 갖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만 야구인들은 한국에 3-4로 패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아직도 억울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은 대만 투수들의 역투에 말려 안타 수에서 4-8로 뒤지고도 4-3으로 이겼는데 승부처 곳곳에서 심판이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대만 감독은 몇 차례 거칠게 항의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대만의 한 기자는 "그 때 대만 국민들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심판의 덕으로 한국이 이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듬 해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과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은 제3국에서 했다. 대만이 모두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만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부산 아시안게임 때 억울함을 갚을 기회로 삼고 있다. 더구나 내달 4·5일엔 SK가 타이중에서 대만 챔피언 슝디 엘리펀츠와 한국-대만 챔피언십을 갖는다. 대표팀과 클럽에서 모두 한국 야구를 이기는 11월로 만들고자하는 게 대만 야구의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