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마운드다. 대표팀 조범현 감독도, 김시진 투수코치도 그랬다. 11월8일 대회 현지인 광저우로 출국하기에 앞서 이어질 훈련 프로그램부터 금메달 달성 과정까지 투수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26일 사직구장에서 기대 이상의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며 투수들 움직임에 더욱 더 포커스를 맞췄다.

#류현진+양현종 선발체제

김광현(SK)의 공백에 따른 투수진 보직 정리가 우선이다.
 
당초 대표팀은 대만전에 류현진(한화), 일본전에는 김광현을 선발 카드로 낼 것이 유력했다. 누가 나가도 '이닝이터' 역할을 하는 게 우선인 예선리그 홍콩·파키스탄전과 달리 변수가 많은 두 경기 선발은 최상의 카드를 꺼내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 그러나 당장에 김광현 자리를 누군가 맡아야하는 상황이 됐다.

일단 조 감독은 또 다른 왼손투수 봉중근(LG)과 양현종(KIA) 가운데 필승 선발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이는데 둘 중에서는 양현종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봉중근을 불펜에 두는 것이 전체 투수진의 유연한 기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첫날 훈련을 진행하면서 "류현진과 양현종이 선발로 가게 되면 봉중근과 함께 불펜에 있어 줄 왼손투수가 한명 더 있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투수들 몸상태 파악이 완전치 않은 만큼 선수별 훈련적응 속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여지도 없지 않다. 일단은 김광현의 공백에도 선발 투톱은 왼손투수 2명으로 꾸려 놓는다는 게 조 감독의 구상이다.

#투수 파트 맨투맨 관리
대표팀은 구체적인 연습경기 일정을 잡지 못했다. 투수 컨디션 파악이 완전하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김시진 투수코치는 첫날 훈련 동안 투수들 페이스를 확인하는 데 속도를 냈다. 김 코치는 "지금이 아주 어중간한 시기다. 포스트시즌을 치른 선수들은 그런대로 큰 지장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어느 정도 했는지 알기 어렵다"며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실제 그렇다. 시즌 전인 2월이나 3월에 이어지는 대회라면 몸 만들기를 조금 당긴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되지만 11월 열리는 대회는 팀별로 선수별로 상황 차이가 크다. 김 코치는 "어디 좋지 않은 부위도 있을 수 있고, 그런 부분부터 서둘러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석민(KIA)·고창성(두산)·김명성(중앙대) 등이 첫날 훈련부터 불펜피칭으로 속도를 낸 것도 그런 취지 때문이다. 

투수들의 페이스 회복 속도는 조만간 드러난다. 연습경기 등판 속도와 내용에 따라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김 코치는 "투수들의 회복이 늦으면 무리하기보다는 투수들을 빌려서 연습경기부터 치르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고민의 흔적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