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륙간컵 쿠바전이 끝난 뒤 쿠바 선수단 및 취재진들은 한국인들을 보자 “굿게임”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결과는 0-3 패배.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 1.5군 및 젊은 유망주들로 구성된 한국대표팀은 베이징올림픽 멤버가 11명이나 포함된 정예 쿠바대표팀을 끝까지 긴장시켰다. 쿠바 선수들의 호평은 이날 경기에서 받은 깊은 인상을 반영한 셈이었다.

그 한가운데에 한국의 2번째 투수 KIA 조태수(27·사진)의 역투가 있었다.

조태수는 1회 1사 1·2루 위기에서 나와 5.2이닝 동안 7안타 2실점 2삼진을 기록, 내로라하는 쿠바 강타자들과 잘 싸웠다. 특히 병살타를 3개나 만들어내며 쿠바 공격의 맥을 끊었다. 김정택 감독도 “예상을 뛰어넘는 호투였다”면서 “결선리그 중요한 경기에서 조태수를 선발로 낼 것”이라고 믿음을 표시했다.

조태수를 26일 연습 직후 만났다.

그는 “운이 좋았다. 수비수들이 많이 도와줬다”면서도 “야구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기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륙간컵은 조태수에게 생애 첫 국제대회다. 그는 “청소년 때도 국제대회하고는 인연이 없었다”면서 “그래서 기대와 흥분이 됐고 설렜다. 그런 기분으로 쿠바를 상대했다”고 말했다.

국제대회 데뷔무대였지만 그는 상대를 영리하게 요리했다. “쿠바가 워낙 잘 치니까 파워보다는 맞춰 잡는 쪽으로 던졌다”며 “마침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덤볐다. 최대한 낮게 볼을 뿌리면서 슬라이더나 포크볼을 결정구로 던져 땅볼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힘있는 타자들에 대한 공략법을 터득한 것 같다.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며 쿠바전 수확도 나름대로 밝혔다. 다만 “선구안이나 콘택트 능력, 작전 수행 능력을 비교해보면 역시 국내 정상급 타자들이 쿠바보다 낫다. 쿠바전을 잘했다고 그 기분에 젖어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쿠바전 호투를 바탕삼아 내년 시즌 KIA 투수진의 확실한 축으로 자리잡고 싶다는 게 그의 다짐이다. 조태수는 올해 31경기에서 프로 데뷔 후 최다인 43.1이닝을 던졌다. 그래서 2011년은 도약의 해와 같다.

“매년 될듯말듯한 고비가 있었는데 못 넘겼다”는 그는 “A급 투수를 보면 나도 못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든다. 쿠바전 기억을 잘 새겨 내년 KIA에서 멋지게 던지고 싶다”고 했다.

<타이중(대만)|김현기기자 hyunk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