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갔다고 해도 역시 이승엽이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와 계약한 이승엽(34)이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입단식을 치른다.

‘스포츠닛폰’ 등 일본 스포츠 전문지들은 8일 “오릭스가 이승엽의 입단식을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치르기로 했다. 구단 직원들이 다음 주 중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식 입단식이 일본 아닌 한국에서도 열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미 이승엽의 계약 직후, 일본 언론들은 한국에서 입단식이 열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고, 오릭스는 결국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정식 입단식을 열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해외 진출 선수의 경우, 한국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연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정식 입단식을 치른 경우는 거의 없다.

오릭스가 한국의 ‘국민타자’ 이승엽을 그만큼 예우한다는 뜻이다. 더불어 이승엽의 상품성을 인정하고,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다.

지난 해 김태균을 영입한 지바 롯데도 비슷했다. 세토야마 류조 사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김태균을 데려간 배경을 설명하며 공을 들였다.

그동안 이승엽이 몸 담았던 지바 롯데와 요미우리는 한국에서 많은 팬을 확보한 바 있다. TV 중계권료를 시작으로 마케팅 면에서도 큰 재미를 봤다. 특히 이승엽이 떠난 뒤 한국 시장에서 침묵했던 지바 롯데는 올해 김태균을 영입하면서 다시 한국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 불을 붙였다.

오릭스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2001년부터 4년 동안 구대성이 뛴 팀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오릭스는 재일동포가 많은 오사카와 고베 지역을 연고로 해 한국 팬 확보에 더 유리하다.

오릭스 무라야마 구단 본부장은 “이승엽은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팬들도 많다. 그런 대우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선수”라고 높게 평가하며 두 차례 입단식 계획을 밝혔다.

입단식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음 주중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귀국한 이승엽은 오릭스와 1년간 연봉 1억5000만엔에 플러스 옵션을 더 받는 조건에 계약했다. 실제로는 2년 계약을 보장 받았고 옵션 규모도 아주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