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될까요?” “행사에는 참석하는 게 나을까요?”

유례 없는 대혼전에 줄을 잇는 것은 대답 없는 물음 뿐이었다.

11일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10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앞두고 10개의 황금장갑 주인공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가고 있다.

그간은 포지션별 수상 유력 후보가 절반 이상은 부각된 가운데 두어 자리의 황금장갑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 전자 투표함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보고 또 봐도 두세 자리에만 ‘유력’ 수식어를 달아줄 만하다. 타격 7관왕으로 3루수 후보로 나온 이대호(롯데), 지명타자 부문의 홍성흔(롯데) 정도를 제외하면 어느 포지션도 장담이 어렵다. 

투수 부문에서는 류현진(한화)이 2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배경으로 가장 앞서 있지만 김광현(SK)이 어느 정도 득표했을 지 단정짓기 어렵다. 류현진은 16승4패 방어율 1.82이라는 호성적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프리미엄으로 얹었고, 김광현은 17승7패 방어율 2.37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추가 득표요인으로 심어놨다.

포수 부문도 포수 역대 최다 타점(107) 기록을 세우는 등 생애 최고의 성적으로 비상한 조인성(LG)이 가장 돋보이지만,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소속팀의 우승을 이끈 박경완(SK)의 내공이 어느 정도 표심으로 연결됐을 지 궁금한 상황이다.

손시헌(두산)과 강정호(넥센)가 유격수 부문에서 초박빙을 이룰 것으로 일찌감치 예견된 가운데 박정권(SK)·최준석(두산)·최희섭(KIA)이 다투는 1루수, 정근우(SK)·조성환(롯데)이 겨룬 것으로 보이는 2루수 부문도 혼전의 고리로 이어진다.

후보 8명 가운데 3명이 선택받는 외야진을 놓고는 예외 없이 혼란스러웠다는 게 골든 글러브 유권자들의 공통 목소리였다.

김강민(SK) 박한이(삼성) 김현수·이종욱(이상 두산) 이대형·이진영(이상 LG) 손아섭(롯데) 이용규(KIA)가 후보로 올라왔는데 어느 조합으로 3명을 꼽아도 부자연스러움이 없을 정도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한 해의 프로야구를 마감하는 축제다. 그러나 이번 축제는 너무 떨린다. 가슴 두근거림에 좋다는 ‘마시는 청심원’ 한두병쯤 소지하고 행사장에 들어서는 선수들이 꽤 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