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같은 한 해였죠.”

클럽월드컵 인터나시오날과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시즌을 2010년을 마감한 신태용 성남 감독의 표정에서는 많은 감정이 스쳐갔다. 열악한 조건을 딛고 이뤄낸 성과에 대한 긍지,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내년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 신태용 감독이 대회를 마치고 한결 여유있는 표정으로 스포츠칸과 만났다.

#잊을 수 없는 ACL 우승의 기억

성남은 시즌 초만 하더라도 중위권으로 분류됐다. 김정우와 이호가 빠져나갔고, 전반기 후 장학영과 파브리시오를 잃었다. 프로 1~2년차의 어린 선수들이 팀을 이끌어야 했다. 하지만 신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K리그와 클럽월드컵을 각각 4위로 마치는 성과를 냈다.

“너무 잘 보낸 시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지도자를 하면서 이렇게 행복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을까 의심될 정도니까요. 스스로도 기적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장학영과 파브리시오의 이탈은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신 감독은 이들 둘을 제외한 상태에서 ACL 8강을 맞았던 9월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조바한과의 결승전은 신 감독 일생 최고의 경기였다.

“선수때는 조금만 신경쓰면 우승을 할 수 있어 그 가치를 몰랐습니다. 감독으로 우승을 하니 그 감동이 남다르더군요. 좋은 선수와 기운을 가진 저는 운이 정말 좋은 감독인 것 같습니다.”

박경훈 제주 감독과 함께 올 시즌 40대 감독 돌풍을 일으켰던 신 감독은 내년에 대해 “아직 스쿼드가 확정되지 않아서 선수이동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피마르는 감독 생활. “내년에도 사고 쳐야죠.”

시즌을 끝내고 하고 싶은 일을 묻자 바로 “골프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 감독은 한 시즌 동안 소화불량으로 고생했다. 경기마다 밀려드는 스트레스를 벗기 위해 발마사지를 꼭 하고 자는 습관이 생겼다. 선수 때부터 경기 전 가위를 보는 일은 하지않는 징크스는 여전하다. 

시즌이 끝나면 지인들도 만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가까운 탄천에 자전거를 타러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제가 기자회견에서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으니까 ‘가볍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장없이 잘 살아가고 있어요. 저는 제가 책임지지 못할 말은 안 합니다. 있는 그대로 터놓고 지내는 걸 좋아해요. 선수들에게도 그렇습니다. 이것저것 재는 것보다는 권위의식을 버리고 먼저 다가갑니다.”

올해 화제가 됐던 신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그의 이러한 천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낙천적으로 매사를 바라보는 눈으로 내년을 예상했다.

“올해보다 더 힘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계속 경험을 쌓고 있고 이번 클럽월드컵도 그중 하나입니다. 내년 목표는 6강진입이고 기세가 오르면 사고 한 번 다시 쳐보고 싶습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