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K리그 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우승팀 FC서울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반면 2위 제주 유나이티드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이상기운이 감지된다. 그렇다면 20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릴 시상식에서 ‘2위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부문은 MVP와 감독상이다.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와 빼어난 리더십을 발휘한 감독 선정은 한 시즌을 결산하면서 가장 큰 상징성을 갖는다. 그동안은 사실상 우승팀에서 싹쓸이해왔다. MVP는 99년 안정환(당시 대우)이, 감독상은 2005년 인천 장외룡 감독이 각각 유일한 비우승팀 수상자였을 뿐 나머지는 모두 우승팀 선수와 감독이 두 상을 휩쓸었다. 챔피언 프리미엄이 그만큼 컸다.

그러나 이번에는 챔피언 FC서울의 수상 여부가 불확실하다. 2위 제주의 돌풍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감독상에서는 지난 시즌 14위였던 제주를 올 시즌 준우승으로 이끈 박경훈 감독의 리더십이 돋보인다. 만년 하위팀 제주를 정상권에 올려놓은 탁월한 지도력은 재계약에 실패한 FC서울 넬로 빙가다 감독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MVP는 서울 아디와 제주 김은중의 혼전 양상이지만 축구계에서는 김은중의 근소한 우위를 점치고 있다. 서울은 고민 끝에 용병 수비수 아디를 후보로 올렸다. 공격수 대신 수비수를, 토종 선수 대신 용병을 후보로 올리는 모험을 택했다. 2006년 서울에 입단한 아디는 올 시즌 광대뼈 골절 부상 속에서도 31경기에 출격, 5골·1도움을 기록했다. 성실성과 높은 팀 공헌도를 앞세워 경선에 나왔다.

그러나 드러난 기록은 공격수 김은중이 화려하다. 김은중은 올시즌 34경기에서 17골·11도움을 기록했다. 제주 돌풍을 이끈 주장이고, 노장 스트라이커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스토리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제주 박경훈 감독과 김은중이 상을 탄다면 K리그 사상 처음 2위팀이 MVP와 감독상을 휩쓸게 된다. 서울은 챔피언에 오르고도 잔칫날 들러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113표의 기자단 투표는 이미 끝났다. 역사가 반복될지 이변이 일어날지 주사위의 향방을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한편 생애 한 번 밖에 탈 수 없는 신인왕 싸움은 지동원(전남)과 윤빛가람(경남)의 2파전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