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 한예슬의 촬영 거부 및 미국행으로 KBS2 월화극 <스파이명월>이 조기 종영의 위기에 처했다.

당초 제작진과의 불화로 촬영을 거부해 결방 사태까지 초래한 한예슬이 15일 부모님이 살고 있는 미국 LA로 출국했기 때문이다. KBS는 앞서 “15일은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된다. 16일은 정상적으로 방송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예슬의 출국으로 촬영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스파이명월>은 최근 2회 연장이 결정돼 앞으로 8회분의 방송을 남겨놓고 있다.

한예슬의 출국 사실이 알려진 후 제작사 이김 프러덕션은 “사실 확인 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KBS 측의 입장 표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예슬의 소속사인 싸이더스HQ 측은 현재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스파이명월> 촬영장 분위기는 최악이다. 한예슬의 복귀만을 기다리던 배우들은 그녀의 미국행 소식을 듣고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배우 측의 한 관계자는 “한예슬이 원망스럽지만 솔직히 이해는 된다. 하지만 황당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촬영에 복귀했다면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었겠지만 미국으로 출국한 이상 이에 따른 책임은 모두 한예슬이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청자들도 “주인공이 아닌 다른 출연자나 스태프의 고충은 더할텐데 스타의식이 지나치다” “책임감 없고 시청자를 우습게 안다” “사태를 수습할 생각은 안하고 미국으로 떠나다니 무책임하다” 등 한예슬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예슬은 현재 소속사와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다. 또 최근에는 뺑소니사고에 연루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 때문에 연예계 은퇴설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연예 관계자는 “앞으로 한예슬을 캐스팅하겠다는 제작사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이렇게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한예슬이 연예계를 은퇴할 각오를 했기 때문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KBS 측은 현재 <스파이명월> 조기 종영과 배우 교체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은 “한예슬이 CF 촬영으로 밤을 새우면 다음날 촬영 분량을 줄여줄 것을 요청한 적도 있다”면서 “일단은 방송의 정상화가 우선이지만 한예슬이 계속 방송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사 측도 “업무 방해로 형사고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드라마 제작환경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 드라마 촬영은 사전제작이 아닌 방송 전날은 물론 방송 당일까지 촬영이 이뤄질 정도로 빡빡한 실정이다. 이는 시청률을 의식한 제작사가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드라마의 방향을 바꾸다보니 장면별 대본인 ‘쪽대본’으로 급하게 촬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이로 인해 드라마의 질 하락은 물론 무리한 강행군으로 배우나 스태프들은 불만을 터뜨려왔다.

한편 북한에서 온 간첩과 한류스타의 로맨스를 그린 <스파이명월>은 에릭과 한예슬이라는 톱스타를 투입했지만 7%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최근에는 제작진 교체라는 강수까지 뒀지만 여전히 월화극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