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드라마 <스파이명월> 제작사 이김프러덕션이 “한예슬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은 16일 오후 서울 KBS 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주인공 한예슬이 무단으로 촬영을 거부하고 잠적함으로써 방송차질을 빚게 됐다”면서 “한예슬의 행동은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행위이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 국장은 “방송사상 유례 없는 중대한 사태”라면서 “제작진과의 불화로 촬영 거부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한예슬의 일방적인 얘기이고 핑계라고 생각한다. <스파이명월>은 다른 드라마 촬영과 비교해 쪽대본이나 살인적인 스케줄은 분명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주인공을 교체 캐스팅해, 대체 배역이라는 비상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KBS는 한예슬이 연기하던 ‘명월’ 역에 다른 여배우를 캐스팅하는 방안과 ‘명월’을 대신할 새로운 배역을 만드는 방안, 두가지를 놓고 고심중이다. 정성효 CP는 “명월 역에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고 국장은 “한예슬이 현장에 복귀할 시점을 계속 기다리고 있다. 22일 방송에 차질이 없는 시점에 복귀를 한다면 제작사와 상의를 해 좋은 방법을 선택하겠다”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강현 EP는 ‘한예슬 사태’가 일어난 지난 12일 한예슬과 직접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 EP는 “한예슬이 정말 몸이 안 좋아서 알람 소리를 못 듣고 잤는데 현장에 오니까 스태프와 배우들이 왕따시킨다고 했다. 여배우를 왕따시키는 분위기에서 어떻게 촬영을 하겠냐고 말해 설득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정 CP는 “한예슬이 제작 일정을 줄여달라고 해서 줄였고, 몸개그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대본을 수정해줬다”면서 “상당 부분 배려를 했음에도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털어놨다. 이 EP도 “한예슬이 촬영현장에서 본인 위주로 대본 수정을 요청했고, CF 촬영 등을 이유로 스케줄 변경을 요구하거나 촬영장에 지각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KBS와 제작사 측은 한예슬에 모든 법적인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이 EP는 한예슬의 촬영 거부와 미국행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연기자와 스태프에 대한 계약은 제작사가 관여하는 부분”이라면서 “특정 연기자의 돌발 행동으로 파생된 상황에 대해서 법적 자문을 거쳐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제작사가 민 형사상 해당 당사자에 책임을 묻는 형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제작사 이김프러덕션 측도 “한예슬의 촬영 거부와 무단 현장 이탈 때문에 제작사는 유, 무형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다. 제작사 등이 입게 된 손해는 모두 한예슬이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한예슬에 의해 초래된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김 측은 “공인답지 못한 선택을 한 한예슬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법률고문인 법률사무소 동녘을 통하여 제작사가 입게 된 일체의 손해 회복을 위한 민, 형사상 필요한 일체의 조치를 위임한 상태다”고 밝혔다.

한편 고 국장은 “대한민국 드라마 콘텐츠 제작 형태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라마 제작환경을 하루 아침에 개선할 것은 아니고 차근차근 해나가겠다. KBS가 중심이 돼서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혜 기자 macond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