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긴다. 골 없이는 월드컵 16강, 8강에 나갈 수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 필드 플레이에서 두터운 수비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답은 세트피스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세트피스 강화에 나섰다. 대표팀은 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세인트토머스대학교 축구장에서 2일차 훈련을 소화하며 세트피스, 특히 코너킥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홍 감독은 코너킥 때 키커가 짧게 공을 내준 뒤 다시 돌려받아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크로스를 올려 헤딩으로 득점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흘러나온 공을 2선 공격수들이 슈팅하는 훈련도 이어졌다.

대표팀은 그동안 세트피스 상황에서 별 재미를 못 봤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대표팀은 15경기를 치렀는데 그중 세트피스를 골로 연결시킨 건 단 2경기에 불과하다. 정확한 세트피스 없이 월드컵 조별리그를 헤쳐나가기는 쉽지 않다.

세트피스의 중요성은 한국 대표팀의 역대 월드컵 기록이 증명한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이 이탈리아를 상대로 프리킥 상황에서 올라온 공을 골로 연결한 것을 시작으로 7개 대회 연속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넣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황보관(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홍명보 현 대표팀 감독은 나란히 스페인을 상대로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황보관과 홍명보는 프리킥 상황에서 키커가 살짝 밀어준 공을 슈팅으로 연결해 골을 성공시켰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하석주를 시작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이을용,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이천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박주영은 직접 프리킥으로 골을 넣었고, 1986년 대회 때 허정무처럼 1998년 대회 유상철과 2002년 대회 안정환, 2010년 대회 이정수·이청용은 프리킥 상황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부터 지난 남아공월드컵까지 대표팀은 8차례 월드컵 본선에 나가 모두 26골을 넣었다. 그중 세트피스 상황에서 12골을 넣었다. 전체 골의 46%가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역대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전체 득점의 절반 가까이를 세트피스에서 넣었지만 코너킥에서 이어진 골은 단 한 차례도 없다.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의 결승골은 이영표의 코너킥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코너킥을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해 올린 득점은 아니다. 코너킥 이후 흘러나온 공을 재차 박스 안으로 띄워 골로 연결시켰다. 실제 경기에서는 코너킥이 박스 근처 좋은 위치의 프리킥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나온다. 코너킥에 이은 득점은 대표팀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