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년 전에 열린 유로 2012에서 최고의 히트 상품은 ‘파넨카킥’이었다. 승패가 걸린 승부차기에서 볼의 속도를 줄여 골문의 중앙으로 날리는 절묘한 칩슛이다. 골키퍼가 조금이라도 눈치를 챈다면 실패로 끝날 이 슛은 영웅이냐, 역적이냐로 갈리는 운명의 추리극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한 수다. 당시 팬들은 ‘모 아니면 도’인 이 슛이 가진 위험성에 열광했다.

그러나 2일 영국 BBC가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부터 도입된 역대 22번의 월드컵 승부차기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파넨카킥은 오히려 성공의 보증수표였다. 골키퍼가 막기 힘든 구석을 노리는 게 이상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구석을 노리다 실축할 확률이 높은 게 문제다. 1990년 미국월드컵에서 활약한 골키퍼 피터 쉴튼과 함께 역대 월드컵 승부차기를 분석한 BBC 해설가 게리 리네커는 “골키퍼를 속일 수만 있다면 정면으로 노리는 게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역대 22번의 승부차기에서 시도된 킥은 204회였는데 그중 144번이 성공했고, 60번이 실패했다. 골문 밖으로 날아간 실축을 빼면 총 47번의 선방쇼가 벌어졌는데 대부분 좌우 측면을 노린 슛이 희생양이 됐다. 왼쪽 구석을 노리다 18번이 막혔고, 오른쪽 구석은 23번이 실패의 멍에를 뒤집어 썼다.

반면 정면을 노렸을 땐 단 6번에 불과했다. 정면을 노렸을 때는 실축도 전무했다. 쉴튼은 “골키퍼가 승부차기에서 막아낼 확률은 20.1%, 5번에 1번 꼴”이라며 “그런데 골키퍼가 가만히 서 있어도 최소한 2번 이상을 막아낼 수 있었다. 현역 시절 왜 내가 그러지 않았는지 후회된다”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파넨카킥처럼 가운데를 노리는 게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얘기다.

BBC는 승부차기에서 자주 노려지는 8곳을 분석하며 재차 파넨카킥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역시 골문의 가장 높은 구석자리다. 이른바 ‘탑코너’를 노리는 것인데 실패 확률을 고려하면 부담이 크다. 반면 파넨카킥은 ‘사기꾼’ 같지만 최적의 성공 확률을 보장하는 자리라는 게 BBC의 분석이다. 리네커는 “강슛이 언제나 최고의 선택은 아니다”라며 “월드컵 마지막 파넨카킥(2010년 남아공월드컵 8강 가나전)이었던 아르헨티나 골잡이 세바스티안 아브레우처럼 차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