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플랜B’의 준비는 필수다. 갑작스런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 경고 누적 선수가 발생할 경우 주전을 대신할 백업이 얼마나 탄탄히 뒤를 받치고 있느냐가 승부의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감독들은 한 포지션만 소화하는 선수보다 은퇴한 박지성(33)처럼 ‘멀티 플레이어’를 선호한다. 선수의 공백을 메우고 전술적인 유연성을 갖출 수 있어 멀티플레이어는 여러모로 효용성이 높다.

축구 대표팀 홍명보호에는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가 ‘만능 수비수’로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다. 대표팀 중앙수비 백업 요원으로 뛰고 있는 황석호는 수비진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뛸 수 있는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다. 원래 중앙수비수인 황석호는 소속팀 히로시마에서는 주로 오른쪽 풀백으로 뛰고 있다. 그는 왼쪽 풀백까지 소화할 수 있고, 중앙 수비수보다 한 걸음 전진 배치된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볼 수 있다. 수비의 전 영역을 골고루 메울 수 있다.

황석호도 이런 자신의 장점을 앞세워 대표팀의 밀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황석호는 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세인트토머스대학교 축구장에서 치러진 훈련에 앞서 “월드컵 대표선수의 기회가 앞으로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만큼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런던올림픽 때 중앙수비수로 동메달 달성에 힘을 보탠 그는 월드컵에서도 기세를 이어갈 작정이다.

대표팀은 믿었던 수비진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며 고민에 빠졌다. 주전 중앙 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튀니지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다. 회복중에 있지만 만약을 대비해야하는 상황이다. 왼쪽 측면에는 박주호(마인츠)가 봉와직염 부상에서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전감각이 떨어져 있다. 윤석영(QPR)도 팀 적응도가 떨어져 미덥지 못하다. 황석호는 대인 방어와 몸싸움이 능해 상황에 따라서는 신체조건이 좋은 러시아를 상대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

수비 라인에서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황석호는 수비진의 히든 카드로 대표팀의 뒤를 받치고 있다. 황석호는 “올림픽 때도 준비가 잘 돼 있어 기회를 얻은 만큼 이번에도 준비를 착실히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자리에서 뛰든지 준비가 다 돼 있다”며 “왼발잡이가 아니어서 왼쪽 풀백 자리에서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쉽지 않겠지만 수비는 기본이고 공격 가담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