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화(31). 프로야구 선수로 널리 알려진 이름이다.

그러나 그의 통산성적은 유명세를 갸우뚱하게 한다. 서승화는 21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하기 전까지 프로야구 9년 통산 올린 승수가 고작 1승이었다. 그간 19패를 안으며 1세이브를 거두는 데 그쳤다.

차곡차곡 쌓인 패수 만큼 서승화로 비롯돼 일어난 적잖았던 일들. 갖가지 파문으로 확산되면서 '악동'이라는 이미지까지 따라붙었다.

이렇듯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온 서승화가 비로소 파괴력있는 왼손투수로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서승화는 이날 선발 마운드에서 5.1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잡아내며 6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져 2002년 프로 데뷔 후 시즌 첫승을 따냈다. 2004년 4월23일 사직 롯데전에서 데뷔 첫승을 따낸 뒤 2219일만에 맛본 통산 2번째 승리. 

선발승으로는 개인 1호다. 

서승화는 최근 2군 경기 호투를 발판으로 지난 주중 대구 삼성전에서 선발로 나서려다 비 때문에 한 경기가 취소돼 등판 순서가 밀렸는데 코칭스태프의 당초 기대대로 피칭 내용이 훌륭했다. 

서승화는 최고구속 146㎞에 이른 직구를 앞세웠을 뿐 아니라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을 다채롭게 섞어 던지며 전과는 다른 다양한 피칭 메뉴를 선보였다. 

박종훈 LG 감독은 경기 뒤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전체적인 피칭 밸런스가 안정돼 꾸준히 좋은 공을 던졌다"며 "5회 위기를 넘긴 뒤 6회 또 올린 것도 그런 믿음 때문이었는데 서승화는 오늘보다 앞으로 피칭이 더 기대된다"고 대단히 만족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박 감독이 말한 5회 위기는 2-0 리드를 잡고도 무사 만루에 놓인 상황이었다. 

여기서 두산 2번 오재원의 2루수 직선타구가 병살처리되며 서승화는 위기에서 발을 뺐다.

서승화도 경기 뒤 5회를 얘기했다. "승리에 대한 생각이 작용했는지 5회 들어 좋지 않았다. 위기로 몰린 뒤에는 포수 조인성 형이 리드하는 패턴대로 던졌고 그래서 이겨낸 것 같다"고 했다.

수훈선수 인터뷰에 익숙하지 않은 서승화는 소감을 묻자 "아무 생각이 안날 정도로 좋다"고만 했다. "가족이 보고 있을텐데…"라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 앞에 붙어있는 '악동' 얘기가 나오자 속얘기를 꺼냈다.

서승화는 "이제 의식하지 않으려한다"면서 그간의 이미지와는 확실한 선을 그었다. "이전에는 짧게 생각하고 마음대로 행동한 적이 많았지만 이제는 팀을 생각해야한다"며 "지금은 팀에 도움이 되냐, 그렇지 않냐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목표는 임무 완수다. "난 5선발이다. 감독님이 기회를 주시면 그에 맞는 내 역할을 다하며 한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