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삼성 라인업에서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아마 유격수일 것이다.

시즌 초만 해도 그 자리는 박진만(34) 외에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다고 여겼으나 현재 삼성 유격수는 김상수(20)다. 유격수의 대명사와 같던 박진만은 이제 '유격수를 제외한' 수비에 나선다.

박진만은 플레이오프 2·3차전에서는 2루 자리에서 김상수와 키스톤 호흡을 맞춰 세대교체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장기집권하던 자와 물려받을 자의 임무교대 같은 분위기를 내면서.

대선배와 호흡을 맞춘 김상수의 심정은 어땠을까. 조금은 싱숭생숭했단다.

아마도 가장 닮고 싶었던 대 선배와 키스톤 콤비로 나설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던 터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김상수는 "우상과 나란히 뛰니 유쾌한 기분이 더 컸다"며 "박진만형과 함께 뛰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박)진만형이 큰 경기지만 부담갖지 말고 열심히 잘 하라고 말해주시고, 키스톤 콤비로 병살을 잡고나서 이닝교체 후 들어올 때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시더라고요"라며 미소지었다.

서로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무슨 생각을 나눴을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첫 가을무대에서 특유의 날렵한 수비에 일취월장한 타격센스까지 뽐내며 야구팬에 강한 인상을 심어준 김상수. 한국시리즈에서도 그의 향상된 실력을 그의 멋진 선배와 함께 볼 수 있기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