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5차전이 열린 대구구장. 경기전 홈팀 삼성의 타격 연습에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다. 프리배팅에 나선 타자들이 배팅볼 사이에 간간히 던지는 테니스공에 몸을 돌려 맞았다.

한국시리즈 티켓을 놓고 붙은 벼랑 끝 승부. 두산 선발 히메네스를 공략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타석에 가까이 붙어 히메네스가 주무기인 몸쪽 공(140㎞대 후반 싱커)을 던지기 어렵게 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선동열 감독도 "히메네스의 몸쪽 공이 위협적이다. 시즌 중에도 상대 배터리가 그 공으로 재미를 봤다"고 말해 히메네스 공략을 위한 맞춤형 훈련임을 밝혔다.

삼성은 플레이오프 상대가 두산으로 결정된 뒤 '맞는(?) 훈련'을 꾸준히 했다.히메네스가 올시즌 삼성에 4경기 3승 무패, 방어율 1.44로 강했기 때문이다.
공에 맞는 훈련을 한 박한이는 "막상 타석에서 맞으려고 하면 잘 안 된다. 안 아픈 부위에 맞는 감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히메네스 공략 작전은 그리 재미보지 못했다. 

히메네스는 경기 초반 삼성 좌타자의 몸쪽, 우타자의 바깥쪽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제구로 상대를 압도했다. 3회 1사후 이영욱에게 빗맞은 안타를 허용할 때까지 주무기인 싱커로 7타자를 내야땅볼 처리했다.

컨디션이 좋은 히메네스가 마운드를 떠나게 된 것은 갑자기 찾아온 손가락 부상 때문. 히메네스는 3회 투구 도중 오른 엄지 손가락 굳은 살이 벗겨지면서 4회부터는 포수 무릎 쪽에서 형성되던 공이 다소 높아졌다.

4회 2사후 상대로 최형우가 쏘아올린 홈런과 조영훈의 중월 2루타가 히메네스의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공이 높게 오면서 맞은 장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