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한 한파 속에서 그나마 위안이 된 게 있다면? 남성들은 몰라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시크릿가든과 현빈”이었다고 대답할 것이다. 추위는 끝나지 않았는데 혹한을 잊게 해주던 SBS 주말극 <시크릿가든>은 막을 내렸다. ‘현빈폐인’ 혹은 ‘시가폐인’으로 불리던 사람들은 엄습해 오는 추위를 느끼며 허전해 할런지 모르겠다.
시청률 30%를 훨씬 넘기며 막을 내린 <시크릿가든>은 방영 내내 숱한 화제를 뿌렸다. 현빈의 반짝이 체육복이 날개 돋힌 듯 팔렸고, 드라마에 등장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의 서적들은 단숨에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여기에 드라마를 소재로 한 책들도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다. 극중 재벌 2세인 현빈(주원)이 부른 ‘그 남자’는 인기가수들의 곡들을 물리치고 음원사이트 정상에 올랐다. 현빈이 해병대를 자원한 것으로 알려지자 팬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그의 결정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난 결말을 두고 치열한 취재경쟁이 펼쳐지는 촌극도 벌어졌다. 드라마 제작진들 사이에서는 함구령이 내려졌지만 온갖 정보들을 모아 결말을 추론하는 네티즌들이 속속 등장했다. 새드엔딩에 대한 우려가 많아 ‘길라임 유령설’까지 등장했는데, 전작 <파리의 연인>을 여주인공 태영(김정은)의 꿈으로 결론냈던 김은숙 작가의 원죄인 것 같다.
<시크릿가든>이 이처럼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시크릿가든>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단선적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백화점을 운영하는 돈도 많고 매너도 좋은 부유한 재벌 2세 주원(현빈)이 가난하지만 꿈이 있는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을 죽도록 사랑하는 얘기다. 여기에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나 기욤 뮈소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판타지 요소를 가미했다. 남녀주인공의 몸이 바뀐다는 마법 같은 스토리가 그 것. 이전 드라마들이 바뀐 몸이 돌아오는 과정을 나열했다면, <시크릿가든>은 빙의를 반복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주원은 라임의 몸을 한 채 교제를 반대하는 어머니의 폭언을 듣고, 라임은 사고 후 상처를 안고 사는 주원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둘은 운명공동체가 됐다.
여기에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현빈은 신들린 연기를 펼쳤다. 그는 재벌2세답게 “이게 최선입니까?” “이건 댁들이 생각하는 그런 옷이 아니야”라며 잘난 체 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인어공주처럼’ 모든 것을 던졌다.
여주인공 길라임을 스턴트우먼으로 설정한 것도 성공요인 중의 하나다. 대개 신데렐라는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유약한 여성으로 묘사됐던 것과는 달리 길라임은 직업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과 소신을 가진 인물이다. 여기에 김은숙 작가의 톡톡 튀는 단문형 대사와 이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윤상현·김사랑·이필립 등 출연진들의 호연이 뒷받침 됐다.
<시크릿가든>이 히트할 수 있었던 마지막 이유가 또 있다. 치솟는 생필품 물가와 전세난,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기름값과 구제역 파동, 여기에 강추위까지 겹치면서 시청자들은 마법 속에 빠지고 싶어했다. 냉혹한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어보이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잠시 행복해 할 수 있는 자유는 누구도 구속할 수 없다. 현실이 피곤할수록 리얼리티가 반영된 드라마 보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동화적 세계에 빠져드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행복한 도피처였던 <시크릿가든>이 사라진 지금, 시청자들은 어디 가서 놀아야 할까.
[스포츠칸 BEST 클릭]
■ “경비아저씨도 시가?” 시크릿가든 패러디 주차 경고문 화제
■ 신세경, 헤쎈 ‘리얼 스타 배틀’ 여주인공
■ 똑똑한 소녀시대 수영, 아이큐는 62?
■ 아이유·김태우 홍대데이트…설마 우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