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행 통보. 프로야구 선수에게 이것 만큼 가슴 아픈 소식도 없다.

삼성 정인욱(21)은 조금 달랐다. 개막 이후 선발과 중간을 오가던 정인욱은 20일 대구 KIA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왼손 선발요원 장원삼이 어깨부상을 털어내고 이날 1군에 이름을 올리면서 누군가 자리를 내줘야했기 때문이다.

“누구를 내려야하나….” 삼성 류중일 감독은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인욱을 1군에 잔류시킬 경우, 쓰임새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삼성 투수진을 감안하면 정인욱이 설 수 있는 자리는 패전 처리 정도. 경기 중반 이후 3~4점 이상 지고 있어 주력투수 투입이 애매할 때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삼성 투수 가운데는 그런 역할을 맡아줘야할 투수가 유난히 부족한 편인데 올시즌 개막 이후에는 오른손투수 이우선이 지고 있는 경기에서 롱릴리프로 마운드에 서고 있다. 이우선을 2군으로 보낸다면 정인욱이 그 자리에 서야한다.

류 감독은 엔트리 변경 이전 정인욱을 불렀다. 그 자리에서 “네가 못해서 빠지는 게 아니다”는 화두로 상황 설명을 했다.

실제 정인욱은 올시즌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6선발진의 한 자리를 맡으면서 한 차례 선발 등판하는 등 5경기에서 9.2이닝을 던져 방어율 3.72라는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류 감독은 양일환 2군 투수코치에게도 따로 전화를 했다. “열흘 뒤부터 선발투수로 언제든 올릴 수 있도록 그에 맞춰 준비시켜달라. 행여 중간으로 내지 말고 선발로만 던지게 하라”고 일렀다.

정인욱은 장원삼 선발 합류 뒤 안지만이 승리불펜조로 이동하게 되면 6선발 요원으로 다시 올라온다. 또 선발투수 중 누구라도 문제가 생기면 대체요원 1순위로 1군으로 이동한다. 이쯤 되면 나쁘지 않은 2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