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조범현 감독은 요즘 최희섭(32) 얘기만 나오면 알듯말듯한 표정을 짓는다.

큰 덩치를 배경으로 거포를 연상케 하는 ‘빅초이’라는 그의 애칭 얘기가 나오면 슬쩍 웃기도 했다. 지난 19일부터 이어진 삼성과 대구 3연전 기간에는 “올시즌에는 ‘빅초이’라는 표현보다는 ‘안타제조기’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실상을 보면 괜한 우스갯 소리만은 아니었다. 최희섭은 최다안타 선두를 달리며 엄청난 안타 생산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럼에도 남아있던 몇 퍼센트의 아쉬움. 최희섭이 20일 대구 삼성전에서 그 갈증을 시원하게 풀었다.

4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최희섭은 0-0이던 4회초 1사 1루, 볼카운트 0-2에서 삼성 선발 윤성환의 한복판 높은 체인지업을 당겨쳐 비거리 125m짜리 우월 투런홈런으로 연결했다. 결승홈런이자 시즌 2호 대포.

최희섭은 다른 타석에서 안타를 때리지 못해 4타수 1안타 2타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지만 이날 홈런으로 팀 타선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KIA는 홈런왕 출신 김상현이 개막 이후 주춤한 데다 또 다른 홈런타자 나지완까지 왼쪽 발목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있는 상태. 덩달아 상대 마운드를 압박할 거포 부재를 걱정할 만했는데 최희섭이 홈런 생산 라인도 가동할 기세를 보이며 벤치를 안심시켰다.

KIA 조범현 감독은 경기 뒤 “팽팽하던 경기에서 최희섭이 홈런을 치면서 게임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최희섭 또한 이날 홈런과 승리에 적잖은 의미 부여를 했다. “어제 경기 결과도 나빴고, 그런 영향으로 전체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았는데 오늘 승리로 분위기가 살아날 것 같다”고 했다. 또 “에이스 윤석민이 등판했기 때문에 꼭 이기고 싶었다”며 “변화구를 기다렸는데 마침 기다리던 공이 들어와서 노려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