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 좌완투수 아롤디스 채프먼(23)이 야구 역사상 최초로 시속 170㎞가 넘는 광속구를 던졌다.

19일 미국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벌어진 신시내티와 피츠버그와의 경기. 9회 등판한 채프먼이 앤드루 매커첸을 상대로 던진 공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가 포수 미트에 꽂혔다. 전광판에는 시속 106마일(170.6㎞)이 찍혔다. 지난해 9월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조엘 주마야(디트로이트)가 작성한 최고구속 168㎞를 갈아치운 ‘쿠바산 특급미사일’ 채프먼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170㎞의 벽을 깨는 순간이었다. 팀이 3-9로 크게 지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신시내티 홈팬들은 기립박수로 채프먼의 신기록을 축하했다.

그런데 경기 뒤 그의 광속구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전광판에는 106마일이 나왔지만 중계를 맡은 폭스 TV의 스피드건에는 105마일(169㎞)이 찍혔고, MLB 레이더건 시스템에는 102마일(164㎞)이 표시됐기 때문이다.

사실 투구 스피드는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재미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레이더건 브랜드에 따라, 그리고 측정 위치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구속이 조금씩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공식기록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우완투수, 좌완투수, 언더핸드가 던지는 공의 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아 조금씩 차이가 난다.

두산 유필선 전력분석원은 “국내에서는 문학구장 전광판에 나오는 레이더건 스피드가 2∼4㎞ 더 나와 그것을 감안해 구속을 판단한다. 또 전광판용 레이더건이나 TV 중계용 레이더건이 전력분석용에 비해 성능이 조금 떨어진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투수들 역시 전광판에 나오는 구속을 참고할 뿐 신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기록은 채프먼이 세웠기에 더욱 이슈가 되고 있다. 쿠바 대표로 활약하던 시절 최고 164㎞를 던지는 투수로 메이저리그에 관심을 받아오다 네덜란드로 망명해 지난해 신시내티에 입단한 채프먼은 193㎝, 91㎏의 당당한 체구에 긴 팔과 다리를 한껏 비꼬았다 길게 내뻗으면서 던지는 독특한 투구폼으로 꾸준히 160㎞대 후반의 강속구를 뿌려왔다. 메이저리그에 입문해 체계적인 훈련까지 더해지면서 그의 스피드는 더욱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 투수 가운데는 엄정욱(SK)과 최대성(롯데)이 던진 시속 158㎞가 가장 빠른 구속으로 인정받고 있다. 올 시즌 LG 용병투수인 레다메스 리즈는 지난달 시범경기에서 160㎞를 찍어 화제를 모았다. 일본에서는 전 요미우리 투수 마크 크룬의 시속 161㎞ 직구가 최고 기록으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