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들의 홈런 경쟁이 치열하다.

SK 정근우(29)는 지난 14일 문학 한화전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5회초 솔로홈런을 친 이대수(30·한화) 때문이었다.

홈런을 친 뒤 1루 베이스를 향해 달리던 이대수가 SK 덕아웃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정근우와 눈이 마주치자 뭔가 계속 말했다. 자세히 보니 이대수가 하던 말은 “따라와 봐, 따라와 봐.”

순간 정근우는 씨익 웃었다.

당시 이대수와 정근우는 홈런 3개로 공동 1위였다. 박정권(SK) 등 몇 명이 더 있었으나, 이대수가 이 홈런으로 단독 1위로 치고 올라섰다.

이대수나 정근우나 원래 홈런과 가까운 선수들이 아니다. 이대수는 2002년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10개 이상 홈런을 쳐본 적 없다. 지난 해까지 통산 홈런이 17개다.

정근우도 비슷하다. 한 시즌 10개 이상 쳐본 적 없고, 2005년부터 지난 해까지 6년 동안 36개를 쳤다.

이대호(롯데·2개)와 김동주(두산·2개), 김상현(KIA·1개) 등 기존 홈런타자들이 잠잠한 가운데 ‘도토리’들끼리 홈런 경쟁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정근우는 전형적인 톱타자 유형이지만, 19일까지 친 안타 18개 가운데 2루타 5개·홈런 3개로 장타율 6할9푼6리를 기록하며 거포들을 제치고 1위에 올라있다.

20일 문학 LG전에 앞서 “타점이 득점보다 많고 홈런이 도루보다 많은 것은 데뷔 이후 처음”이라며 “압도적 1위인 장타율 때문에 부담스러워 죽겠다”고 어깨를 으쓱거리던 정근우.

이날도 2회말 투런홈런을 날려 시즌 4호로 이대수를 진짜 따라가 공동 1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