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는 ‘주당’이 많기로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일화가 선동열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과 허재 전주KCC 농구단 감독의 현역 시절 이야기다.

어느 날 야구와 농구계의 ‘말술’인 두 선수가 술자리를 가졌다. 오후 9시쯤 시작된 ‘주고 받기’는 ‘폭탄주’로 이어지면서 새벽까지 이어졌다. 그러고도 선동열은 그날 해태 선발투수로 등판해 가볍게 승리를 따내 그 다음날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했다. 기아 간판스타였던 허재 역시 자신의 전담수비수에게 술냄새를 풍기면서도 20점쯤은 쉽게 넣고 팀 승리를 이끌었다.

스포츠경향이 국내 프로스포츠 4개 종목(야구·축구·농구·배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주량(소주 기준)이 어느 정도냐”고 묻는 설문에서 술자리에선 농구선수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야구선수 53명 중 주량이 소주 3병 이상이라고 응답한 선수는 3명(6%) 이었고, 축구선수는 33명 가운데 1명(3%) 뿐이었다. 심지어 배구선수 8명 중에서는 한 명도 없었다. 반면 농구선수는 응답자 19명 중 5명(26%)으로 나타났다. ‘주량이 2~3병’이라는 대답도 비율로 따지면 농구가 가장 높았다. ‘장의 길이가 음주량에 비례한다’는 비과학적 통념이 증명(?)된 셈이다.

실제로 기자들이 스포츠스타들과 비시즌에 가끔 술자리를 가지는데 한번씩 겪어보면 종목별 평균 주량을 짐작할 수 있다. 어느 날 ‘술을 좀 한다’는 대표팀 출신의 한 축구선수와 저녁에 술자리를 하게 됐다. 각각 소주 2~3병에 폭탄주 10여 잔 정도가 돌아가자 그는 다음 날 새벽 1시쯤 거의 만취됐다. 반면 그렇게 ‘주당’으로 명성이 높지않은 농구선수와 최근 술자리를 한 후배기자는 다음 날 동이 튼 뒤에야 집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농구선수는 멀쩡한데 자신은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기억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연예인도 만만치 않았다. 20~30대 남자의 경우 음주율이 90%를 웃돌았고, 그 중 27.8%는 2병~3병 이상을 마셨다. 또한 20대 여자 연예인은 상대적으로 낮은 80%의 음주율을 보였지만 이 중 8%는 소주 3병 이상이라고 답했다.

스포츠 스타의 흡연율은 야구가 월등했다. 야구선수 53명 중 47%(25명)가 하루 1갑~1갑 이상을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구도 8명 중 3명(37%)이 1갑 정도를 피운다고 답했다. 반면 축구는 흡연에서 모범생이었다. 33명 중 단 한 명만 담배를 즐겼다. 농구는 16명 중 3명(16%)이 하루 1갑 가량을 피웠다. 이 결과로 볼 때 폐활량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축구와 농구선수들이 담배를 금기시하고 있다.

프로구단 관계자들은 “운동선수의 경우 예전에 비하면 음주·흡연율이 상당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는 프로스포츠가 활성화되면서 몸값과 직결되는 자기관리와 성취욕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여자 연예인의 경우 흡연률은 20대가 13.3%, 30대가 27.7%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