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호가 미국으로 가면 좋겠는데…”

이대호가 롯데와 결별하고 일본 진출을 선언한 날, 메이저리그에서 17년 동안 활동한 뒤 일본 오릭스에서 1년간 뛰었던 박찬호(38)는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1박2일 일정으로 경기도 고양시 우리인재원에서 연 박찬호 유소년 야구캠프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일본 선수들이 미국으로 가는 것 처럼 이제 한국선수들이 미국으로 직행하는 시대가 왔다. 반갑다”고 말한 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중 어느 리그가 더 인정받는지 경쟁하는 시대가 온 것 아닌가.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대호가 일본보다는 미국에 간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이날 유소년 선수들과의 질의 응답 시간에 “일본과 미국 타자 가운데 누가 더 어렵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의 답변에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타자들이 미국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비쳐졌다. 박찬호는 “내 생각엔 일본타자들이 더 쉽다”면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힘을 겸비했기 때문에 실투가 홈런으로 연결되는 일이 많다. 반면 일본타자들은 삼진을 피하기 위해 공을 맞추는 타격 위주로 경기하더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수준차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대호 정도라면 미국무대에 도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뜻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다른 국내타자들에게도 미국을 권한다”며 “외국 진출이 쉽지 않은 기회인데 이왕이면 미국에서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대현을 필두로 국내 정상급 투수들이 메이저리그 직행을 눈앞에 두었거나 노리고 있는 것을 두고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누가 통할지는 나도 모르지만 이거 하나는 말할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톱10 안에 드는 선수라면 미국에서 성공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내가 LA 다저스로 갈 땐 아시아 선수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주목을 받았고 구단에서도 더 챙겨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동양선수는 미국에 무수히 많다. 미국선수들보다 빼어나지 않으면 어려운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가시화되고 있는 한국진출에 대한 소감도 드러냈다. 그는 캠프 내내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질문을 받지 않다가 막판에야 입을 열었다. “아직은 담담하다. 문을 열어주면 나는 갈 것”이라면서 “한국 팬들 앞에서 야구를 통해 즐거움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내가 어떤 성적을 내더라도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