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최대어’ 이대호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했다. 롯데는 지난 17일 2차 협상에서 이대호에게 플러스 옵션 20억원이 포함된 4년간 총액 100억원이라는 역대 FA 최대 몸값을 제시했다. 모두를 놀라게 하는 금액이었지만 해외 진출에 뜻을 둔 이대호는 이틀간 고민 끝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 비록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이대호는 실속을, 롯데는 명분을 얻은 협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대호는 최고 타자 가치 증명

해외 진출을 위해 롯데 잔류를 포기한 이대호는 실속을 모두 챙겼다. 롯데가 이대호에게 제시한 100억원에서 80억원은 보장된 금액이고, 20억원은 플러스 옵션이다. FA 최고 몸값인 심정수(은퇴)의 4년 60억원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는 동시에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보유한 이승엽이 삼성으로부터 제의받은 6년간 98억원(2003년)과 리그 최고타자로 꼽히는 김동주가 FA자격을 얻자 두산이 제시했던 4년 62억원(2007년)까지도 뛰어넘는 거액이다.

또 계약금·연봉은 선수와 구단이 최종 협의하는 과정에서 결정될 문제지만 만약 계약이 성사됐다면 이대호가 총액 100억원과 함께 연봉 10억원 시대를 여는 첫 주자가 됐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오퍼는 이대호에게 ‘최고타자’라는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상징성은 이대호가 오릭스를 포함한 다른 팀들과의 협상 때도 프리미엄이 될 전망이다. 원 소속팀으로부터 100억원을 제시받은 만큼 타 팀과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목소리를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롯데도 ‘최선 다했다’ 명분 얻어

롯데는 최다관중 동원 구단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스토브리그에서는 늘 소극적인 행보로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이대호에게 만큼은 과감한 베팅을 결정했다.

롯데의 팀 연봉(신인·외국인 선수 제외)이 2010년 41억500만원, 2011년 47억56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분명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이대호의 마음을 사로잡는데는 실패했지만 팬들은 구단에 비난의 화살을 겨누기 보다 ‘할 만큼 했다’는 평가를 하는 분위기다.

롯데 협상 관계자는 “최고 선수인 만큼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부산에서의 절대적인 인기도도 고려해 최선의 금액을 낸 것이었는데 협상에 성공하지 못해 허망하다”고 말했다. ‘100억원을 돌파한 첫 선수라는 상징성을 주기 위한 금액이었냐’는 물음에는 “프로야구 현실에서 그런 상징성을 만들어주다 보면 앞으로의 협상이 쉽지 않다. 100억원은 우리팀에서 중요한 선수기 때문에 나온 금액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