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자유계약선수) 시장의 ‘거물’ 이대호(29)가 결국 롯데를 떠나 일본진출 결심을 굳혔다.

이대호는 FA 원소속팀과의 우선협상 마감시한인 지난 19일 롯데와의 최종 3차 협상에서 구단이 제시한 역대 FA 최고금액인 4년간 총액 100억원을 거절한 뒤 해외진출을 선언했다. 야구선수로서 ‘선진 무대에서 뛰겠다’는 어릴 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안주 대신 모험을 택했다.

이대호가 11년간 뛴 고향팀을 떠나는 힘든 결정을 내린 배경은 큰 무대를 향한 도전의지와 실리 등으로 요약된다.

이대호의 다음 행선지는 그에게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일본프로야구 오릭스가 유력하다. 지난해 박찬호·이승엽을 영입하며 적극적인 한류 마케팅을 벌여 짭짤한 수익을 벌어들인 오릭스는 이대호 영입을 위해 2년 5억엔(한화 약 75억원) 베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일찌감치 일본언론을 통해 흘렸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FA 이대호를 직접 잡기 위해 한국으로 온다는 소식도 있다.

롯데의 100억원 제의를 거절한 만큼 이대호가 오릭스로부터 더 큰 규모의 조건을 제시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어서 일본진출시엔 한국선수 역대 최고연봉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김태균이 2009시즌을 마치고 일본 지바 롯데와 3년간 계약금 1억엔, 연봉 1억5000만엔, 옵션 1억5000만엔 등 총액 7억엔을 받은게 현재까지 일본 진출선수 최고금액이다. 이승엽은 2004년 지바 롯데와 계약할 당시 2년 총액 5억엔을 받았다. 최근 엔고 현상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이대호가 쥘 수 있는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뿐아니다. 선수들에게 해외진출은 FA이상의 대박 보증수표다. 꿈을 위해 해외에 진출했다가 만에 하나 실패하더라도 ‘해외 경험’ 프리미엄을 얻어 국내에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프트뱅크와 야쿠르트에서 거의 경기를 뛰지 못한채 한국에 돌아온 이범호(KIA)와 이혜천(두산)이 좋은 예다. 일본 진출에 앞서 한화에서 3억3000만원을 받았던 이범호는 KIA와 계약하면서 계약금 8억원, 연봉 4억원 포함 총 12억원에 계약했다. 이혜천도 두산으로 복귀하면서 연봉 1억5000만원에서 계약금 6억원, 연봉 3억5000만원을 받았다.

이병규(LG), 이종범(KIA), 이상훈, 정민태 등도 해외진출선수로 특별대접을 받으며 복귀했고, 오랜 일본생활을 접고 돌아온 이승엽과 일본에서 실패를 맛본 김태균도 조만간 해외진출 직전 자신의 몸값 이상의 융숭한 대접을 받으면서 친정팀과 계약할 분위기다.

이대호는 국내에서는 이미 최고다. 2010시즌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9경기 연속 홈런에 타격 7관왕 그리고 MVP, 골든글러브까지 싹쓸이 했다. 올해도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타격 전부문 상위권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3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말 그대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타자다.

이 때문에 한 단계 높은 리그에서 자신을 테스트하고 싶은 욕심에 편안하게 야구할 수 있는 기회를 고민 끝에 포기했다. 이대호는 롯데와 협상이 결렬된 뒤 “구단과 팬들이 그 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야구선수로서 꿈과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해외진출을 결정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도 구단과 팬들의 사랑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