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확인했으니…”

18일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 설기현(35·인천)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온 국민이 숨죽이며 관전했던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러시아와 조별리그 1차전이 1-1로 비긴 것에 만족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설기현은 “평가전 부진에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량이 좋은 러시아 선수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보여줘 안도감이 들었다”고 활짝 웃었다.

한국은 러시아전 1-1 무승부로 첫 단추를 잘 끼웠다. 한·일월드컵부터 시작된 본선 첫 경기 승리 행진이 아깝게 멈췄지만 본선 진출을 다투는 러시아를 상대로 승점 1점을 챙겼다는 것은 고무적인 성과다. 설기현은 “16강 진출을 노리려면 첫 경기가 중요한 데 잘 풀었다. 러시아와 비기면서 자신감을 얻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몇 가지 약점을 보완하며 체력 회복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기현이 알제리전을 앞두고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 먼저 압박으로 공을 뺏는 패턴의 완성이다. 설기현은 “러시아전 수비는 훌륭했지만 압박을 통해 역습으로 전개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다”며 “상대가 등지고 있을 때 공을 뺏을 수 있도록 후배들이 한 발짝 더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가 수비에 치중할 때 공격을 풀어갈 수 있는 우리 만의 약속된 플레이도 필요하다고 했다. 설기현은 “러시아는 측면 2대1 패스를 통해 공격을 풀어가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우리는 그런 장면을 만들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설기현은 러시아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이근호(상주)가 알제리전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오전 1시 벨기에와 맞붙어 1-2로 역전패한 알제리가 수비에서 허점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설기현은 “알제리 중앙 수비가 뒷 공간을 노리는 공격에 허둥댔다. 비교적 느린 발을 고려하면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며 “첫 경기에서 진 알제리가 우리와 맞붙을 때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면 역습으로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기현은 “체력적인 면에서도 우리가 낫다. 선수 시절을 떠올리면 경기에 졌을 때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라며 “ 후배들이 알제리전에서 첫 승을 수확하기를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