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러시아 대표팀을 이끄는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골키퍼의 저주’에 또다시 시달려야 했다.

러시아는 18일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조별리그 H조 첫 경기에서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의 결정적인 실수로 선제골을 허용했다. 0-0이던 후반 23분 앞서 교체 투입된 한국 대표팀의 이근호는 페널티지역 중앙 외곽에서 강한 중거리슛을 때렸고, 아킨페예프가 골문 앞에서 이를 막아냈지만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으면서 공을 뒤로 흘렸다. 외신들이 이번 대회 최악의 골키퍼 실수라고 평가할 만한 실수였다.

러시아는 6분 뒤 한국 골문앞 혼전 속에 역시 행운이 따른 골을 성공시키면서 1-1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다. 한국이 허용한 골 역시 골문 혼전 속 러시아 공격수의 손에 맞은 듯 보였지만 핸드볼 반칙이 선언되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황석호가 걷어낸 공은 아마도 안드레이 예셴코의 팔에 맞은 것 같다”면서 “그 공이 편히 골을 넣을 수 있는 베테랑 스트라이커(케르자코프)의 앞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카펠로 감독의 ‘골키퍼의 저주’는 이번이 두번째다. 카펠로 감독은 2010 남아공 월드컵 때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었고, 이때도 골키퍼 실수가 나왔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골키퍼 로버트 그린은 미국과의 월드컵 첫 경기에서 클린트 뎀프시의 슈팅을 실수하면서 골을 허용한 바 있다.

그린은 전반 40분 뎀프시가 페널티지역 밖에서 시도한 강력한 왼발 중거리슛을 잘 받아내는 듯했으나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골문 안으로 흘려보내는 바람에 동점골을 허락하고 말했다. 당시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재앙’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로버트 그린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승리를 빼앗겼다”고 보도했고 ‘미러’ 역시 “로버트 그린이 영국 축구 대표팀의 완벽한 시작을 망쳤다. 전반 30분 그가 너무 쉽게 클린트 뎀프시에 동점골을 허용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ESPN은 4년만에 다시 나온 월드컵 첫 경기 골키퍼 실수에 대해 ‘카펠로 감독이 저주로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