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나고 자란 엄마 솔란지(42)와 두 딸 소리엔(6)·페리(4)는 ‘KOREA’가 쓰인 옷을 입고 있었다. 얼굴에는 태극 문양의 페이스 페인팅을 했고, 빨간 두건으로 포인트를 줘 ‘붉은악마’의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이민을 온 아빠 이승현씨(43)는 쑥스럽게 웃으며 아내와 딸들의 손을 붙잡고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씨 가족은 18일 한국-러시아전을 보기 위해 상파울루에서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쿠이아바로 왔다. 아빠는 회사에 휴가를 냈다. 한국팀을 응원한 뒤 이참에 상파울루를 벗어나 브라질 다른 곳도 함께 여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민 2세로 브라질에서 태어난 솔란지는 “엄마의 나라에서 온 대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얼마나 오늘을 기다려왔는지 모른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먼 비행을 거쳐 왔지만 전혀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귀여운 두 딸도 처음으로 가보는 축구장 나들이에 싱글벙글이다. 엄마는 두 딸들을 주말에는 한국어 학교에 보내 한국말을 함께 익히게 하고 있다. 그는 두 딸의 핏속에 흐르는 한국인의 뿌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엄마로부터 할머니 나라에서 온 축구대표팀의 얘기를 들은 두 딸은 이번 응원을 위해 고사리손을 함께 모았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며칠 전부터 큰 종이에 태극기를 그렸다. 태극 문양의 위아래가 뒤바뀐 삐뚤빼뚤한 태극기가 완성됐지만 엄마는 대견하기만 했다. 어린 꼬마들은 태극기를 박스에 붙인 뒤 몸이 들어갈 수 있는 옷 같은 응원 도구를 완성했다. ‘태극기 박스 옷’을 입은 페리는 신나게 뛰어다녔다.

브라질에서 살아온 가족은 한국 축구를 잘 알지 못한다. 솔란지는 “유럽에서 뛰는 기성용·손흥민 선수 정도만 안다”면서 “그럼 어떤가요, 우리 한국 선수들인데. 우리 가족이 끝까지 목청껏 응원할 겁니다”라고 했다. 두 꼬마도 옆에서 서툰 말로 “한국 파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