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장 정성룡(29·수원)이 노련미를 앞세운 선방쇼로 제 몫을 해냈다.

그가 지킨 든든한 뒷문이 한국이 러시아전에서 승점 1점을 따낸 비결이었다. 주전 골키퍼로 풀타임을 소화한 정성룡은 경기 내내 안정적으로 수비를 이끌었다. 약점으로 꼽힌 공중볼도 침착하게 잘 처리했다. 골문을 노린 슈팅도 화끈한 선방으로 틀어 막았다. 한국 골문을 향한 러시아의 유효 슈팅 10개 중 9개를 막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한 선방도 전반에 1번, 후반에 3번 등 총 4번에 달했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해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골키퍼다운 활약이었다.

옥에 티가 있다면 1-0으로 앞선 후반 29분 알렉산더 케르자코프의 동점골이었다. 그러나 정성룡의 실수보다는 중앙 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부상으로 교체돼 수비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일어난 사고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영국 축구통계 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정성룡에게 7.1점의 높은 평점을 매겼다. 0-0으로 맞선 후반 23분 이근호(상주)의 중거리 슛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선제골을 허용한 러시아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CSKA 모스크바)가 5.63점의 박한 점수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더욱 돋보였다.

정성룡은 이날 맹활약으로 최근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지난 11일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0-4로 참패한 뒤 “모든 것을 축구에 걸고 집중하겠다”고 다짐한 그는 러시아전 활약 덕에 남은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선발 출전할 가능성을 높였다. 정성룡은 경기가 끝난 뒤 “알제리와의 2차전은 16강 향방을 정하는 경기”라며 “H조의 강자인 벨기에도 고전했다. 조금 더 집중해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