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끝내~' 14일 오후에 참석한다던 한예슬을 끝내 대한민국의 촬영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김프로덕션이 이날 언론을 상대로 벌인 응급처방 역시 거짓이었다. 한예슬 역시 스타의 당당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당히 15일 촬영 거부도 불사할 모양이다.

건강문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건강이 그렇게 자주 안좋다면 쪽대본이 현실인 제작현장에 출연 자체를 고사해야 마땅하다. 한예슬보다 물리적 객관적으로 건강이 안좋을 수 있는 원로 연기자도 자리를 지킨 마당에 '새파란' 그녀가 건강문제로 제작현장을 비웠다면, 그녀의 건강 상태를 7%의 시청률을 지킨 시청자 앞에서라도 제대로 밝혀야 한다.

제작진도 문제고 연기자도 문제다. 이김프로덕션은 14일의 거짓말을 책임져야 한다. 조금있다가 현장에 나온다던 한예슬이 끝내 제작 현장에서 등을 돌렸다. 정말 한예슬이 그렇게 말한 것인지,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이유를 스스로 속죄해야 한다.

유독 톱스타의 경우, 작품 중간에 건강이 안좋을 때가 많다. 취재를 통해 건강 진단서를 첨부할 수 없다는 한계는 한국이 가진 모순이다. 그러니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건강이라는 보루는 스타들의 자기 합리화를 위한 '홍보수단'으로 전락했다. 그게 1%라도 사실이라면, 개인에 대한 사생활이 강조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스타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절실하다. 이는 스타의 신체적 건강이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스파이명월>이 국민의 정신 건강을 '간첩'처럼 제대로 훔쳤다. 이와 관련된 사람들은 그 절취행위에 실체와 논리로 반성문을 써야할 시간이 가까와 졌다. 누가 맞고, 누가 잘못됐고, 누가 그르게 행동했는 지, 더 늦기 전에 핑계일지라도 해명이 필요하다.

한예슬이 주 5일 촬영을 주장했다면, 그 주장의 이유와 그 상황까지 치달은 제작현장의 문제도 꼽씹어 살펴야 한다. 제작현장의 현실을 이해 못했다면, 그것 역시 한예슬의 대응 방식에 견주어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스타니까 그러려니, 상황을 얘기 안해주니 알 수 없지'라는 수동적 자세로는 <스파이명월>의 문제가 다른 드라마에서도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예슬이 <환상의 커플>에서 남긴 명대사, '그 꼬라지'의 원인 제공자를 이제는 따져봐야 한다.

<강석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