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효자종목인 ‘쇼트트랙’은 1900년대 북미 지역에서 인기를 끌던 경주식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착안된 종목이다. 일반적인 스피드스케이팅인 ‘롱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파생됐지만 쇼트트랙 만의 룰과 트랙 등이 정립돼 독립 종목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기록이 아닌 순위에 따라 메달의 색깔이 결정돼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벌어진다. 타원형 트랙(111.12m)에서 쓰러질 듯 몸을 눕힌 채 달리는 곡선 주행과 몸싸움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자리 다툼, 신경전 등이 쇼트트랙의 매력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30여일 앞둔 10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대회 G-3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대한민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2018.01.10 / 진천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쇼트트랙은 1967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서 정식 종목으로 편입됐고,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부터 정식 정목이 됐다. 스피드스케이팅이 1924년 첫 동계올림픽인 사모니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역사는 짧은 편이다.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인 북유럽과 북미와 비교해 체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에 유리한 종목이기도 하다. 한국은 쇼트트랙이 시범 종목이었던 1988년 캘거리 올림픽부터 정상에 올랐고, 이후 국제 무대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한국이 역대 올림픽에서 수확한 26개의 금메달 중 21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에는 남녀 총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남녀 개인전 500m와 1000m, 1500m 등 3종목이 있고, 남자 계주 5000m, 여자 계주 3000m가 있다.
쇼트트랙에서 단거리인 500m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종목이다. 트랙 4바퀴 반을 40여초 만에 주파하기 때문에 스타트가 가장 중요하다. 쇼트트랙 강국인 한국이 가장 취약한 종목이 바로 500m다. 21개의 금메달 중 500m는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에서 채지훈이 따낸 것이 유일하다. 평창올림픽에선 최민정(30)이 월드컵 무대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1개씩을 수확해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황대헌(19)이 동메달 2개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9바퀴를 돌아야 하는 1000m는 빠른 스피드와 그 스피드를 마지막까지 유지할 수 있는 지구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탄탄한 체력을 갖춘 한국은 1000m가 손쉬운 편이다. 역대 올림픽에서도 9개의 금메달이 나왔다. 4년 전 소치올림픽에서 고교생 신분으로 동메달을 따냈던 심석희(21)가 평창 대회 금메달 기대주다.
뒤늦게 만들어진 1500m는 개인전 가운데 가장 긴 거리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마지막 4바퀴를 남기고 ‘진짜 경주’가 이뤄진다. 맨 앞에서 달리는 것보다 2~3번째에서 승패를 뒤집는 레이스가 체력을 아낄 수 있어 유리하다. 쇼트트랙을 일컬어 ‘눈치싸움’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1500m 결승전에는 6명(500m·1000m는 4명)이 출전해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4명의 호흡이 중요한 계주는 주자가 교체될 때 얼마나 매끄럽게 연결하는지에 성적이 갈린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개인전에선 동료를 손으로 밀어 돕는 것이 반칙이지만, 계주는 예외다. 한국은 1·2차 월드컵 남자 5000m 계주에서 잇달아 넘어지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쇼트트랙에서 한국이 세계 최강을 자랑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소치올림픽에선 한국 남자가 단 1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선전하고 있는 여자 선수들도 킴 부탱(캐나다)과 앨리스 크리스티(영국), 판커신(중국) 등의 급부상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판커신의 경우, 교묘한 반칙을 저지르는 ‘나쁜 손’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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