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KIA·40)과 양준혁(삼성·41)은 93년 나란히 한국 프로야구에 데뷔해 지난 17년간 각 팀의 간판스타로 뛰면서 '전설'이 됐다. 

하지만 두 선수도 세월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양준혁은 후반기 개막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시즌 뒤 은퇴를 선언했다. 

입단 동기인데다 앞서 은퇴 위기를 몇차례 넘겼던 이종범이 느끼는 감정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27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만난 이종범은 "준혁형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선수였다"며 양준혁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는 자신도 은퇴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 탓인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 은퇴해야 한다. 그래서 (양준혁의 은퇴로)희비가 많이 교차한다"면서 "내일이 될지, 한달 뒤가 될지, 내년이 될지 모르지만 팀이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도록 고참으로서 많이 보여줘야 한다"며 최고참 선수로서 투혼을 불태웠다.

또 젊은 선수들에게 애정어린 충고도 했다. 

"선수 생활을 하다보면 부상도 있고, 슬럼프도 있을 수 있다. 실패가 있어야 성장한다. 나 역시 야구가 힘들 때도 있었고, 팬 앞에 서기 미안할 때도 있었다"며 "몇몇은 아직 겉멋만 들었다. 프로는 결국 실력이다. 잘할때 일수록 관리를 잘하고, 실력 뿐만 아니라 성품도 잘 갖춰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