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태양이 갑자기 시커멓게 보이더라고요. 그 뒤로 눈 떠보니 병원이었어요.”

삼성 채태인(29)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사실, 새삼 더듬을 장면도 없었다. 채태인은 지난 13일 잠실 LG전에 앞서 외야에서 훈련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지기까지 기억이 전혀 없다고 했다.

채태인은 19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1군 훈련에 합류했다. 엔트리에서 빠진 뒤로 첫 1군 훈련이었지만 타격감이 좋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조심스럽다. 지난해 8월 대구 두산전에서 파울플라이를 잡다가 땅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뇌진탕에 따른 통증을 호소한 적도 있다. 채태인은 일단 CT(컴퓨터 단층촬영)를 통해 머리에는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몇가지 추가 검진 결과를 기다려야한다.

채태인은 걱정이 많았던 아내 김잔디씨(29)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도 “고등학교 다닐 때도 이런 적이 있었다”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했다.

다만 그라운드에 서고보니 조기 복귀 욕심이 커지는 모양. 1군 엔트리 복귀 가능일을 세어보는 가운데 2군 경기서 한두차례 나서야하는 일정 등도 혼자 따져봤다.

채태인은 비슷한 증상으로 고생했던 최희섭(KIA)을 찾아 상담한 내용도 소개했다. 최희섭은 시카고 컵스 시절인 2003년 6월8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수비 도중 동료 선수와 충돌해 넘어지며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뒤로 꽤 오랜 세월 후유증을 앓았다. 채태인은 “희섭이 형한테 물어보니 6년을 고생했다고 하던데…”라며 알듯말듯한 웃음을 보이면서도 상대적으로 회복이 빨랐던 김태균(지바 롯데)의 사례를 전해듣고는 고무되기도 했다.

일단 며칠 안에 나올 최종 검진 결과를 받아보는 게 먼저다. 삼성 류중일 감독 또한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들어야 본인도 마음 가볍게 뛸 수 있고, 나 또한 걱정없이 선수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