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한 전력분석과 투수습관 찾기, 번트 등 일본야구 특유의 강점에 대해 한국야구는 맹렬히 간격을 좁혀왔다.

그러나 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시리즈에서 만난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는 또 새롭다. 소프트뱅크 아키야마 고지 감독은 지난 26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 열린 예선리그 삼성전을 마친 뒤 “삼성 선수들을 오늘 처음 봤지만 투수들이 던질 때 습관이나 허점을 잘 파악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였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삼성전에서 도루를 무려 7개나 기록했다. 삼성의 도루 저지는 없었다. 삼성이 이우선-이동걸(2회)-김기태(6회) 등 2진급 투수들을 내세우며 예선 소프트뱅크전을 버리는 카드로 삼은 뒤 얻은 결과였지만, 경기 종료와 함께 상대 감독으로부터 “투수들이 읽혔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삼성 2진급 투수들이 부족한 탓만은 아니었다. 소프트뱅크의 스몰볼이 역대 아시아시리즈에 출전했던 어느 팀보다 강했다.

소프트뱅크의 올해 팀도루수는 180개. 일본시리즈에서 맞붙었던 센트럴리그 우승팀 주니치의 팀도루수가 41개였고, 요코하마는 31개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소프트뱅크의 ‘기동력’이 어느 정도 위협적이었는지 드러난다. 이번 대회 2루수로 출전한 혼다 유이치가 60개, 유격수 가와사키 무네노리가 31개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야수들이 자력 도루 능력을 갖추고 있다.

김재걸 삼성 3루 코치는 “같은 리그에서 그렇게 팀도루수가 차이 나는 게 흔한 일이 아니다. 대단한 것 같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소프트뱅크는 1회초 선두 가와사키가 우전안타로 나간 데 이어 2번 혼다가 번트를 시도했다. 포수 플라이에 그쳤지만 그만큼 철저한 스몰볼을 구사하는 소프트뱅크의 특징이 잘 설명되는 장면이었다.

소프트뱅크가 원래 스몰볼을 앞세우는 팀은 아니었다. 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이 사령탑으로 있던 2008년까지만 해도 소프트뱅크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시원한 타격을 앞세워 빅볼에 가까운 야구를 추구했다. 그러나 마쓰나카 노부히코(38)와 고쿠보 히로키(40) 등이 최근 시즌 노쇠화 현상을 보이며 팀홈런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아키야마 감독은 생존을 위해 강력한 스몰볼을 선택했다.

마쓰나카는 2008년에 홈런 25개 2009년 23개를 쏘아올렸지만, 올해는 12개에 머물렀고, 고쿠보는 2008년만 해도 홈런 20개를 때렸지만 지난해 15개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10개를 쳐내는 데 그쳤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아키야마 감독과 달리 빅볼을 지향한다. 5회 이전 희생번트는 예외 상황이 아니라면 작전 메뉴에 두지 않는다. 류 감독은 “아시아시리즈가 국제대회지만 같은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뛰는 야구에 대한 애착은 소프트뱅크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삼성은 올해 페넌트레이스에서 팀도루 158개로 전체 1위였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와 첫 대결에서는 뛰는 야구가 전혀 빛을 보지 못했다. 재정비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