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중간결산 8개 구단 성적표

FA(자유계약선수) 폭풍이 한번 몰아쳤다. 역대 가장 많은 FA선수들이 시장에 나왔고, 5명이나 이적했다. 원 소속팀과의 협상 기한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 올시즌 17명의 FA 신청 선수 가운데 김동주를 제외하면 소속팀과 재계약하거나 새 둥지를 찾았다. 또 각 구단 1군 출전 기회가 적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인 2차 드래프트에서도 27명이나 이적했다.

트레이드가 활발하지 않은 국내 프로야구 여건상 FA와 2차 드래프트로 인한 선수 이동만 봐도 내년 전력의 윤곽을 엿볼 수 있다.

◇해외파 복귀하는 삼성·한화 ‘A+’

스토브리그 중간평가 승자는 정규시즌 1위 삼성과 공동 6위팀인 한화다. 두 팀엔 프랜차이즈 출신 해외파 선수들의 복귀가 기정사실로 돼 있다.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휩쓴 삼성은 FA 진갑용·신명철·강봉규와의 재계약을 조기에 마무리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뛰다 국내 복귀를 선언한 이승엽과 곧 협상을 시작한다. 최형우가 4번 타자로서 든든히 자리잡은 가운데 이승엽까지 가세한다면 리그 최고의 폭발력을 기대할 수 있다.

한화는 이번 겨울 과감한 투자로 알차게 전력을 보강중이다. 국내 복귀를 선언한 김태균과의 협상이 시작된 상태고,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거친 베테랑 박찬호도 영입할 계획이다.

또 불펜 보강을 위해 FA 송신영을 데려와 필승조 옵션을 다양화했다. FA 자격을 얻은 베테랑 포수 신경현을 잔류시킨데 이어 2차 드래프트에서 최승환을 데려와 포수진에 무게를 더했다는 평가다.

대형선수 영입은 없지만 두산도 제법 쏠쏠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FA 정재훈과 임재철을 잔류시키며 전력 누수를 최소화했다. 김동주와 재계약에 성공하면 ‘A’는 받을만 하다.

넥센은 2년전 LG로 트레이드시킨 이택근을 재영입하는 깜짝 행보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누수 더 커보이는 롯데·SK

롯데는 스토브리그를 분주하게 보냈지만 손익계산을 해보면 마이너스다. 이승호를 FA로 영입해 마운드를 보강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는 올시즌 두산에서 선발로서 활약한 바 있는 실전용 김성배를 데려왔다. 그리고 FA자격을 얻은 베테랑 조성환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탈자 공백이 너무 크다. 4번 타자 이대호가 해외 진출을 선언했고, 팀 기여도가 높은 필승조 맏형 임경완도 FA로 SK로 이적했다. 15승을 올린 1선발 장원준도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투타 중심선수가 모두 이탈하면서 정규시즌 2위 전력을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SK도 마찬가지다. 사이드암 정대현은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좌완 이승호(20)는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안방마님’ 조인성과 임경완을 데려왔지만 필승조의 두 중심선수가 빠져나가는 바람에 마운드 전력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김기태 감독 체제로 새 출발한 LG는 FA시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프랜차이즈 안방마님 조인성을 비롯해 넥센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던 이택근, 송신영을 잡는데 큰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다른 팀에 내줬다. 팀을 리빌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KIA 역시 특별한 영입 움직임없이 스토브리그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