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 베이라히우 주경기장. 한국과 알제리의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경기장은 경기 시작 2시간여전부터 양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열광적인 응원단 틈에 볼썽사나운 폭력으로 물의를 빚은 팬들이 있었다. 알제리의 극성팬이었다.

사고는 알제리 벤치 뒤쪽의 1층 응원석에서 일어났다. 경기 시작 한 시간여 전 알제리 일부 팬들이 자기들끼리 다툼을 일으켜 소란을 피우더니 이내 몇 명의 팬들이 주먹다짐을 하며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 주변 팬들은 놀라 자리를 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안전요원 몇명이 달려와 흥분한 팬들을 떼어놓은 뒤에야 상황이 진정됐다. 싸움 당사자들은 안전요원의 제지를 뿌리치고 또 한 번 싸우려다 결국 경기장 밖으로 쫓겨났다. 이들의 난동 이후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또 한번 경기 시작 20여분을 남겨두고 한 알제리 팬이 웃통을 벗고 다른 팬과 싸움을 벌였다. 또 다시 안전요원이 투입돼 이 팬을 제지했고 그는 결국 응원석에서 쫓겨났다.

알제리 팬들은 다혈질적인 폭력 성향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해 11월 부르키나파소를 1-0으로 꺾고 브라질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은 축하행사를 진행하던 중 여러 건의 사고가 발생해 12명이 숨지고 240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있었다.

1982년 월드컵 이후 첫 월드컵 승리에 도전하는 알제리 팬들의 응원 열기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경기장 주변에는 알라신에게 절을 하고 승리를 기원하는 팬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경기 내내 뜨거운 함성을 지르고 웃통을 벗고 응원하는 팬도 많았다. 32년 만의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이 느껴졌다. 팬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알제리는 한국을 꺾으며 관중석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과도한 응원열기 속에 빚어진 팬들의 폭력 사태는 지구촌 축구 축제를 볼썽사납게 만든 오점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