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하고 적막했다. 1승의 제물로 생각한 팀에 당한 충격적인 4실점 패배의 후유증은 꽤 커 보였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선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많은 실점을 하고 진 경기여서 선수들은 크게 낙담했다. 특히 중앙 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광저우 헝다)은 “상대가 너무 잘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홍정호는 “초반에 실점했을 때 (김)영권이와 미드필더들을 깨웠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에 나온 팀은 다 강팀이다.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좀 안 풀렸다. 상대가 강한 팀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영권도 “상대의 특성은 물론 선수들이 어떻게 나올지까지 다 예상했지만 알제리가 너무 강해서 막을 수 없었다”며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평소 늘 밝은 표정으로 또랑또랑 말하던 주장 구자철(마인츠)의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그는 “알제리가 롱패스를 우리 수비 뒷공간으로 자주 이용하면서 공수 간격이 벌어진 틈을 전반전에 잘 파고들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어려운 속에 실점하지 않고 버텼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지금은 정신적으로 충격이 크다. 전반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나왔다. 나 역시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고개를 떨구고 나가는 선수들의 뒷모습에는 패배의 절망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충격은 분명히 크고 깊었다. 선수들은 다시 몸과 마음을 다잡겠다고 했지만 바닥으로 떨어진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일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벨기에전을 이긴다 해도 16강행을 장담할 수 없어 자칫 동기부여 효과마저 떨어질 우려가 있다.

구자철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벨기에전을 이기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빨리 팀 분위기를 추스르겠다”고 말했다. 기성용도 “빨리 잊어야 하고 다음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벨기에전까지 남은 시간은 4일. 홍명보호의 벨기에전 준비는 패배의 아픔과 무기력함을 털어내고 승부근성을 다시 살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