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는 한국전에서 과감하게 변신했다. 선발 멤버 기용, 플레이 스타일, 공격 루트, 전체적인 전략 등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그게 한국의 혼란을 야기했고, 한국은 우왕좌왕하다가 자멸했다.
23일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알제리는 1차전 벨기에전 선발 멤버 중 5명을 교체했다. 2명은 포백의 양쪽 측면 수비수였고 다른 3명은 공격수였다. 새롭게 투입된 풀백들은 수비에 치중하면서도 좌우 공격의 균형을 잡았다. 벨기에전에서 왼쪽 공격이 71%를 차지했지만 한국전에서는 양쪽 공격이 비슷했다.
새로운 공격수 3명은 모두 발이 빠르고 드리블이 좋은 재간꾼들이었다. 이들이 주고받는 패스워크에 한국 수비수들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농락당했다. 벨기에전에서 거의 보지 못한 선수들이 깜짝 출전한 데 대해 한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다. 4실점 중 패스워크에 녹아나면서 내준 골이 2골이었다.
23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한국과 알제리의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 선수가 낙담하자 이청용 선수가 위로하고 있다. 사진 = 포르투알레그리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4골 중 3골이 공교롭게도 이들의 발끝에서 터졌다. 전반 26분 선제골을 넣은 이슬람 슬리마니(스포르팅CP)는 벨기에전 후반 21분에 교체투입된 선수였다. 슬리마니는 1골·1도움을 올려 한국전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전반 38분 3-0으로 달아나는 골을 넣은 압델무멘 자부(클럽 아프리칸)와 마지막 쐐기포를 터뜨린 야신 브라히미(그라나다)는 벨기에전에 아예 뛰지 못했다.
주요 선수들이 바뀌자 전체적인 팀 플레이도 달랐다. 벨기에전에는 수비수를 최대 7명까지 세우는 등 극단적인 수비전술로 나선 반면 한국전에서는 공격에 비중을 더 뒀다. 또 벨기에를 상대로는 왼쪽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주로 했지만 한국전에서는 수비수들이 한국 골문으로 직접 차는 롱킥으로 재미를 봤다. 한국의 첫 번째와 세 번째 실점은 알제리 수비수의 롱킥에서 이어진 것이었다. 알제리는 두 개 팀처럼 달랐고 한국은 마치 알제리가 아닌 다른 팀과 싸우는 것처럼 헷갈렸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경기 내내 “한국 선수들이 새롭게 투입된 알제리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한국-알제리 공격방향 변화 비교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대표팀 감독은 “한국 수비수들이 우리가 뒷공간에 들어갈 때 치명적인 약점을 계속 노출했다”면서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전방 깊이 들어가 마음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알제리 공격수들이 패스할 때마다 김영권(광저우)·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등 한국 수비수들은 공만 따라다니기에 급급한 나머지 선수를 자주 놓치는 바람에 세 번째와 마지막 실점을 허용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벨기에전에서 뛰지 못한 선수, 복수에 불타는 선수들을 내보냈고 이들이 한국을 잘 흔들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