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어린 선수들은 이제 4년 뒤의 베이징을 바라보고 있다.

피겨스케이팅에선 남자 싱글 차준환(17)이 한국 남자 선수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다. 그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발목과 고관절을 다치면서 선발전을 간신히 통과했다. 강점인 점프 기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탓에 본선에서도 고전이 불가피했다. 라이벌들이 마음껏 4회전 점프에 나선 것과 달리 3회전 점프만 시도해 총 248.59점으로 15위에 그쳤다. 당초 목표였던 10위권 진입에는 실패했으나 남자 선수로는 올림픽 최고 순위(종전 17위)를 달성했다. 차준환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22년 피겨 남자 싱글 선수의 전성기인 만 21세가 된다. 주니어 무대를 휩쓸면서 ‘남자 김연아’로 불렸던 그로선 베이징이 대관식에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연아를 키워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당장 차준환이 메달을 따낼 것이라는 욕심은 없었다”며 “그는 계속 성장하는 선수고, 베이징에서 4회전 점프를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석(19)도 평창 올림픽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15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1500m는 단거리의 순간 스피드와 장거리에 필요한 지구력을 동시에 요구해 유럽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종목이다. 또 팀추월에선 이승훈(30)·정재원(17)과 호흡을 맞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민석은 팀추월에서 중요한 스타트를 책임지면서 선두에서 형과 동생을 이끌었다. 이승훈은 “최소한 중장거리에선 김민석의 적수가 없다. 4년 뒤에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크다”며 아직 만 20세가 지나지 않은 후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쇼트트랙 막내인 이유빈(17)도 베이징 올림픽이 더 기대되는 유망주다.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종합 1위에 올랐던 그는 평창 올림픽에서 큰 무대 경험을 제대로 했다. 이유빈이 여자 계주 3000m 예선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탈락 위기에 빠졌지만 팀 동료의 호흡과 놀라운 역주에 힘입어 위기를 넘겼다. 이유빈이 조금만 더 경험을 쌓는다면 심석희(21)와 최민정(20)의 뒤를 잇기에 충분한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