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포수, 누가 까다로웠을까.

입력 : 2010.09.14 07:30

까다로운 포수를 묻는 질문. 한창 주가를 올리는 타자들 대부분은 박경완(SK)을 지목했다.
　
그래서 다들 “박경완, 박경완”하는 모양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그 옛날에는 어떤 포수들이 타자들에게 피곤한 존재였을까.
　
스포츠칸의 ‘8인8답’ 설문이 진행 중이던 지난 주말 대전경기 도중 한화 덕아웃에서 때마침 옛날 포수 얘기가 나왔다.
　
한대화 한화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사이, 박노준 SBS 해설위원이 동석해 그 옛날 80년대 포수 얘기를 주고 받았다. 이 또한 박경완에 대한 칭찬에서 시작된 대화였다.
　
한 감독은 결정력 높은 해결사 이미지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투수로 프로야구를 시작했던 박 위원 역시 OB와 해태, 쌍방울 등에서 뛰며 타자로서도 인상깊은 족적을 남겼다.
　
OB에서 함께 뛴 김경문 두산 감독과 조범현 KIA 감독은 프로야구 초창기의 간판 포수. 그러나 볼배합은 확연히 달랐다고 한다.
　
박 위원에 따르면 김 감독이 타자 약점 한곳으로 같은 공을 3~4개 연속으로 찔러넣는 배짱있는 리드를 했다면 조 감독은 타자의 약점에서 최후의 승부를 보기 위해 반대쪽 공을 2~3개 던지고 돌아 들어오는 스타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두 사령탑이 팀을 끌어가는 스타일에도 특유의 성향이 묻어난다. 김 감독은 무명이라도 한 선수를 믿으면 고집스러울 정도로 기용해 결과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두산이 ‘화수분 야구’라는 듣기 좋은 수식어를 단 것도 김 감독의 스타일에서 비롯됐다.
　
조 감독의 치밀함도 KIA의 축복이었다. 조 감독은 지난해 6선발제로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거머쥔 뒤 최후의 가을축배를 들었다. 투수들의 스태미너를 세밀하게 배분해 시즌 전체 기간 동안 효율적으로 쓴 결과였다.
　
함께 거론된 인물이 고인이 된 심재원 포수다. 롯데와 MBC에서 뛴 심재원의 프로 통산 타율은 2할1푼3리. 아마시절에도 타격에서는 내세울 것이 없었지만 대표팀 주전포수를 도맡을 만큼 투수 리드가 뛰어났다. 의표를 찌르는 리드가 많았다는 게 일반적 평가. 한 감독은 “포수로서 뭔가 다른 점이 있으니 그렇게 대표팀에서도 주전을 오래 할 수 있었다”고 과거를 돌아봤다.
　
SK 이만수 수석코치도 빠지지 않았다. 삼성 포수였던 이 코치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타석에 선 타자를 상대로도 전도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일요일 낮경기가 열릴 때, 타자들이 타석에서 초구를 기다릴 때면 “오늘 아침에 교회는 다녀왔지”라는 말로 집중력을 흐트려 놓았다고 한다.
　
‘국보투수’ 선동열의 짝이었던 해태 포수 장채근 또한 입심이 좋았다고 한다. 개인타이틀 경쟁을 하는 선수가 나오면 다른 구장의 경쟁자 성적을 말하며 자극하기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