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준·김성태·김성현·손승락.

　
올 시즌 넥센의 희망으로 쑥쑥 성장한 투수들이다. 장원삼과 이현승이 각각 삼성과 두산으로 옮기고 잘 던지던 금민철이 부상으로 중반 이후부터 아웃됐지만 넥센은 이들로 인해 내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 중에서도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손승락(28)이다.
　
지난 해 경찰청을 통해 군복무를 마친 손승락은 13일 현재 시즌 24세이브를 올렸다. 1위 이용찬(두산·25세이브)과는 한 개 차. 그러나 이용찬이 징계를 받고 잔여 시즌 아웃이 확정되면서 손승락은 ‘세이브왕 뒤집기’의 기회를 맞았다.
　
그는 프로야구 타자들로부터 가장 위협적인 마무리로도 호평받고 있다. 그런 손승락을 ‘스포츠칸’이 만났다.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주위에선 이미 손승락에게 “구원왕이 가능하다. 한 번 노려봐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인하대에서 만난 그는 “귀가 따가울 만큼 듣고 있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생각도 안해봤다”면서 “스스로 만족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무리로 첫 시즌이다. 세이브 몇 개 해야겠다는 목표도 없었고, 계속 마무리를 할 거라는 생각도 없었다. 기준이 없다보니 잘한다는 느낌도 안들었다.”
　
그에겐 기록보다 자기 자신과 승부가 중요했다. 그는 “세이브보다 내가 던지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들어야하는데 아직 그런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마무리가 자신의 성격과는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선발은 완급 조절이 필요한데 마무리는 아니다. 볼 하나 하나에 전력을 쏟아붓고 타자와 정면승부를 해야한다. 지금보니 내 성격과 어울린다”고 말했다.
　
#“다시 던질 수 있을까 매일 고민”
　
그는 대구고 시절인 2001년 넥센 전신인 현대로부터 2차 3라운드에 지명받았다. 영남대로 진학한 뒤 2005년 계약금 3억5000만원을 받고 입단했다.
　
2년 동안 11승15패.
　
신인 치고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아마추어부터 아파오던 오른쪽 팔꿈치가 말썽을 피웠다. 2006시즌 직후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1년을 통째로 쉬었다. 그는 “수술 결정도 힘들었고, 하고 나서도 힘들었다. 인대가 잘 붙는 사람도 있지만 안 붙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다. 다시 볼을 던질 수 있을까 매일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결정한 경찰청행.
　
손승락은 “현대 시절 ‘무조건 잘해야한다’는 생각에 앞만 봤다. 그러나 경찰청에서 나를 리빌딩할 수 있었다. 폼도 바꿔보고, 슬라이더나 컷,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익혔다. 경찰청 2년이 내겐 소중했다”고 고백했다.
　
롯데 선발의 축으로 자리매김한 이재곤, 두산 주전 포수 양의지 등 경찰청 동기들의 활약도 그에겐 기쁨이다.
　
“재곤이와는 지금도 전화를 많이 한다. 서로 심리적으로 많이 의지한다”는 그는 “재곤이가 어리다보니 심리적으로 자주 흔들렸다. 내가 야단을 참 많이 쳤다”며 웃었다. “볼을 받아준 양의지에게도 고맙다. 김기남(한화 포수)이 고생하는데 기남이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 선배들과 우승이 꿈”
　
그는 “우승 반지를 끼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그냥 끼는 게 아니다. 이숭용·송신영 등 현대 시절 선배들과 함께 끼는 게 바람이다.
　
손승락은 “내가 현대에 올 땐 팀이 하락세를 걷고 있었다. 이왕이면 같이 고생한 선배들과 우승 샴페인을 터트리고 싶다”고 전했다.
　
개인적인 목표는 소박하면서도 당차다. 40살 넘어서도 씩씩하게 던지는 것이다.
　
그는 “난 롤모델도 없다. 라이벌을 만들면 그를 넘어섰을 때 오히려 더 약해진다. 나를 이기는 게 야구 인생 목표다. 그게 바로 40살 이후에도 투수로 마운드에 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