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을 모으려면 4번타자가 필요하지만 우승을 하려면 좋은 포수가 필요하다.”

“훌륭한 포수는 하데스(지옥의 신)의 손아귀에 있더라도 뺏어야 한다.”
　
포수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야구 격언들이다.
　
선발 투수들이 승리하고 나면 “좋은 리드를 해준 포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듯 포수는 타자와 투수의 일대일 승부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포수는 불과 몇㎝ 떨어진 타자와 몇분간 끊임없는 신경전을 벌인다. 그리고는 마운드에 선 투수에게 회심의 사인을 보낸다. ‘안방마님’이란 별칭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프로야구 각 팀을 대표하는 4번 타자들은 수읽기가 가장 능한 포수로 누구를 꼽았을까. ‘8인8답’에서 물었다. 그 결과,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도 변함없이 실력을 과시한 SK 박경완(38)이 압도적이었다.
　
△“경험·노련미·수읽기…박경완 넘버원”
　
박경완은 올 시즌 부상으로 고생했다. 그러나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사령탑인 조범현 감독은 그를 최종엔트리에 주저하지 않았다. 조 감독은 “국제대회에선 대부분 처음 보는 타자들과 만난다. 박경완은 1,2번만 상대해도 이들의 생각과 버릇을 쉽게 간파한다. 정말 영리하고 노련하다”고 극찬했다.
　
4번 타자들의 생각도 같았다. 8명 중 최희섭(KIA)과 김현수(두산)·최형우(삼성)·유한준(넥센)·최진행(한화) 등 5명이 가장 어려운 포수로 박경완을 꼽았다.
　
숱한 경험은 어떤 포수도 따라올 수가 없다.
　
메이저리그 출신 최희섭은 “경험을 통해 다져진 노련미가 일품이다. 타자를 끊임없이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프로야구 최고 좌타자인 김현수도 “볼 배합이 노련하다. SK 투수들이 박경완의 리드를 믿고 잘 던지니 더 까다롭다”고 했다.
　
수싸움은 더욱 일품이다.
　
최진행은 “특정 구질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선 뒤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반대로 볼이 오는 경우가 많다”며 박경완의 한 차원 높은 수읽기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SK에 강한 이유도 박경완 때문”
　
최형우와 유한준은 SK전 타율이 좋다. 최형우는 3할9리로 7개 상대팀 중 두 번째로 높다. 유한준도 2할8푼6리로 자기 타율(2할5푼8리) 이상이다.
　
그 비결도 박경완 때문이란다.
　
최형우는 “볼배합을 너무 예상하기 힘들어 심리적으로 밀리고 들어간다. SK전 타율이 좋은 이유는 어찌보면 긴장을 많이 해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한준은 최형우와 반대로 ‘무심타법’이다. “박경완 선배는 항상 수싸움이 한 박자 빠르다. 말려들지 않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내가 생각한 대로 친다”고 말했다.
　
△포수 4번타자 조인성 “백업포수는 다 힘들어”
　
같은 팀이라 박경완과 싸우지 않아도 되는 SK 이호준은 동기인 LG 조인성을 지목했다. 그는 “고교와 대학, 프로를 거치면서 정말 많이 붙었다. 나를 너무 잘 아는 게 이유”라며 개인적인 배경을 까다롭게 생각하는 원인으로 꼽았다.
　
조인성은 답변자 중 유일한 포수답게 독특했다. “각팀의 백업 포수”라는 재미있는 대답을 내놨다. “주전 포수들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해 어렵지 않다”는 그는 “그런데 백업들은 상대할 기회가 적어 정말 어렵다”며 ‘예측 불가능’을 원인으로 들었다.
　
올 시즌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타격 7관왕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롯데 이대호는 어떻게 답했을까. 그는 “솔직히 없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거침없는 상승세가 고스란히 묻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