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등이 아니었어. 그렇게 몸이 좋았는데…. 그 생각을 하니 더 가슴이 아프지.”

‘선배 최동원’을 떠나보내고 온 마음은 너무도 미어졌다. 1년 전 우연히 서울의 한 호텔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마주쳐 “또 보자”고 했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양상문(50) MBC 해설위원은 16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故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의 발인식에 참석한 뒤 LG-SK전 중계를 위해 잠실구장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장지에는 가지 않고 그냥 왔다. 화장하는 모습은 차마 못 볼 것 같았다”며 애통해했다.

양 위원은 최 전 감독의 2년 차 후배다. 최 전 감독이 경남고-연세대를 졸업한 뒤 83년 롯데에 입단했고, 부산고-고려대를 졸업한 양 위원은 85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이미 고교 시절부터 라이벌 학교 에이스로 뛰었던 양 위원은 ‘제2의 최동원’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로 인해 롯데 입단 후 더욱 각별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양 위원은 “실력은 내가 한참 밑이었지만 학교 때문에 ‘제2의 최동원’이라는 라이벌로 항상 불렸다. 나야 영광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래서인지 롯데 입단 후 형이 나를 유독 많이 챙겨줬다”며 “사적인 자리도 갖지 않고 속 이야기를 워낙 안 하는 사람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조심스러워서 잘 해주지 않는 기술적인 이야기들도 나한테는 특별히 자주 해줬다. 형 아버님도 일본 채널을 보고 투구 폼 등 야구 이론 연구를 많이 하셨다. 그 이야기도 내가 처음으로 들었다. 정말 고마웠고 큰 도움이었다”고 26년 전을 떠올렸다.

양 위원이 추억하는 선배 최동원의 모습은 유난히 챙겨줬던 형, 그리고 자존심 강한 승부사의 모습이다.

그 젊었던 시절에 쓸 데 없이 시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술도, 담배도 하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지도 않으며 매일 야구 생각만 하며 지냈던 투수였다.

양 위원은 “남한테 절대 피해주지 않으려 하는 성격이었다. 은퇴 이후 방송 활동도 하고 활발하게 웃는 모습을 대중에 많이 보였지만 항상 진지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며 “승부욕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안타를 맞으면 자존심이 상해 바로 다음에 그 공을 또 던지는 사람이었다. 당시에는 투수들이 배팅볼을 던지기도 했는데, 배팅볼 던질 때조차 안타를 맞으면 오기로 같은 공을 던지곤 했다”고 승부사 최동원을 회상했다.

선배를 영원히 떠나보내고 온 후배의 마음이 더 아픈 이유는 아직도 생생한 ‘대투수’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양 위원은 “신인 시절 선배들 어깨도 주무르고 마사지도 해드리고 그랬는데, 최동원 선배 등을 처음 만졌을 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무슨 두꺼운 고무판을 대놓은 것 같았다. 사람의 몸이 아니었다. 운동도 노력도 열심히 했지만 타고나기를 좋은 몸으로 태어난 사람이었다. 근육 자체가 그렇게 좋으니 그렇게 연투를 하고 많이 던져도 지치지 않는 거였다. 얼마나 부러웠는지, ‘나도 이런 몸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때 만졌던 느낌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가셨다니 마음이 안타까워서 견딜 수가 없다”며 말끝을 맺지 못했다.

젊었던 시절, 챙겨주고 아껴줬던 형을 떠올리며 점점 붉어지던 후배 양상문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