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봤냐.’

홈런왕 경쟁은 다시 불이 붙었다. 이대호(29·롯데)가 3연타석 홈런으로 기세를 올렸다.

이대호는 16일 청주 한화전 1회와 3회, 4회 연달아 대포를 쏘아올리며 26개를 기록, 이날 경기가 없었던 홈런 선두 최형우(삼성·27개)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전날까지 이대호가 23개에 그쳐 최형우에게 절대 유리했던 레이스는 다시 안개 속으로 접어들었다.

오랜 기간 잠자던 휴화산이 한꺼번에 폭발하듯 이대호는 홈런을 쏟아냈다. 지난달 24일 광주 KIA전 이후 23일간 홈런 없이 안타만 차곡차곡 쌓고 있던 그였지만 거포 본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롯데가 1-0으로 리드하던 1회초 1사 2루에서 첫 타석에 선 이대호는 상대 선발 양훈의 124㎞짜리 2구 커브가 높게 뜨자 그대로 밀어쳐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투런홈런으로 연결했다. 3회초 롯데가 4-6으로 역전당한 두번째 타석에선 양훈의 137㎞짜리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자 풀스윙, 중견수 뒤로 넘어가는 120m짜리 대형 솔로포를 터뜨렸다.

3번째 타석은 이날 홈런 퍼레이드의 화룡점정이었다. 5-7로 롯데가 뒤지던 4회초 2사 1·2루 득점 찬스에서 상대 두번째 투수 장민제와 격돌한 이대호는 142㎞짜리 실투성 직구가 날아오자 그대로 잡아당겨 좌측 펜스를 넘기는 역전 3점 홈런으로 완성했다.

이대호는 올해 들어 유독 3연타석 홈런과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지난 5월25일 사직 삼성전에서 3연타석 솔로포를 때려 생애 첫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이날 또다시 3방을 몰아쳐 한 시즌에 3연타석 홈런을 두 번이나 만드는 괴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롯데는 8회말 나성용과 9회말 카림 가르시아에게 각각 동점 3점포와 역전 결승 투런포를 허용하며 10-12로 패했다. 승률 0.5470이 된 롯데는 0.5478인 SK에 밀리며 3위로 내려앉았다.

SK는 잠실에서 선발 고든이 4.1이닝 만에 3실점하고 물러났으나 박희수-정우람-엄정욱 등 불펜을 앞세워 LG를 5-4로 이기고 5연승을 달렸다. 목동에서는 넥센이 4-4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 고종욱이 좌중간을 가르는 끝내기 안타를 날려 두산을 5-4로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