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 선수 누구야?”

한화와 롯데가 맞붙은 16일 청주구장은 경기가 시작한 뒤 한 시간 동안 캄캄했다. 전날 목동 넥센-두산처럼 조명탑 불이 꺼졌다는 뜻은 아니었다. 대신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를 관중들이 즐기기 위한 전광판이 꺼졌다. 한 관중은 “전광판이 캄캄하네”라고 소리쳤다.

사건은 경기 시작 5분 전에 일어났다.

멀쩡하게 돌아가던 전광판이 갑자기 멈추더니 ‘1번타자 123’, ‘2번타자 456’ 식으로 표시된 것. 잠시 후면 제대로 돌아갈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전광판은 아예 꺼졌고 그런 상황에서 한화 선발투수 양훈이 마운드에 올라 첫 번째 공을 던졌다. 야구를 즐기는 어른들이야 어지간한 선수 이름을 꿰차고 있지만 어린이들은 아니었다. “아빠, 저 선수 누구야?”, “(주자가 홈으로)또 들어왔네. 지금 몇대몇이야?”라고 물어보는 어린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사실 청주구장은 올시즌 한화 홈 경기가 예정된 곳이 아니었다. 지난 겨울 강풍으로 조명탑이 쓰러져 안전검사까지 마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검사에 검사를 거친 뒤 지난달부터 청주 홈경기가 열리기 시작했지만 이번엔 전광판이 말썽을 부렸다. 구장 관리 측은 처음에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더니 나중에서야 제어장치 오류 발생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뒤인 7시30분부터 조금씩 전광판이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우스꽝스러운 장면은 계속 이어졌다. 한화가 3회말 롯데를 7-5로 이기고 있었는데 양팀 안타 수는 한화가 4개, 롯데가 3개로 표시됐다. 실제로는 양팀 모두 7개씩이었다.

600만 관중 시대를 연 프로야구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양팀 선수들이 모 설문조사에서 프로야구의 첫번째 과제로 ‘구장 현대화’를 꼽았는데 곧바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