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로서 보니 안 보이던 것도 보인다. 사실 1차전을 보면서 조심스럽지만 SK가 4연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에는 장원삼과 글로버가 모두 정말 잘 던졌다. 특히 글로버는 쉬다가 오랜만에 나왔는데 4회까지 완벽했다. 5회 무사 1루에서 전병두로 교체됐는데, 김성근 감독님은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두 템포 빨리 투수를 바꿨다. 사실 선수들 마음도 똑같을 거다.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하지 승리나 세이브·홀드 이런 생각 안 한다. 그러니 글로버도 이해할 것이다. 전병두도 나오자마자 볼카운트 0-2에서 3구째에 조영훈을 2루 땅볼로 병살 처리했다. 이번 게임의 승부처였던 것 같다. 여기서 못 막앗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6회에도 1사 1루에서 김재현의 땅볼로 최정이 3루까지 간 것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투수 입장에서 주자가 2루에 있을 때와 3루에 있을 때 차이가 정말 크다. 

특히 이런 큰 경기에서 투수의 심적 부담감이 크기 때문에 원바운드 유인구도 쉽게 못 던진다. 여기에 바로 박경완의 적시타로 4점째 쐐기점을 뽑았다. 실점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점을 내 결정적이었다.

사실 이번 시리즈에서 투수들은 99.9% 포수 박경완의 사인을 보고 던졌을 거다. 투수들 기량도 좋지만 각자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이용한 박경완의 역할이 가장 컸다. 

나이를 떠나 나도 선수 시절 80~90%는 박경완에게 의존했다. 특히 6회 1사 1·2루에서 채태인을 상대로 볼카운트 2-1에 송은범은 빠른 직구로 높게 던졌다. 대부분 낮게 유인구를 던질 상황인데, 박경완 아니었으면 절대 나오지 않았을 공이다.

이번 시리즈, 이렇게 편하게 야구 본 적은 정말 처음이었다. 모든 면에서 SK 선수들이 참 잘 해줬고, 투수들이 공 하나하나 던질 때 나도 TV를 보면서 같이 던지는 기분으로 응원했다. 이런 결과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시즌 끝나고도 못 쉬고 운동한 보람이다. 물론 운동 많이 한다고 무조건 잘 하는 건 아니고, 이 상황에서 왜 열심히 하는 건 지 알고 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감독님이 항상 강조하시는 거고 SK 선수들도 잘 이해하는 부분이다. 내가 있을 때도 그랬지만 SK 선수들은 4승할 때까지는 절대 이기는 게 아니고 3패 했어도 4패를 해야 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최고 장점이다. 같이 했던 선배로서 자랑스럽고, 멋진 경기 해줘 고맙고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