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그렇게 우승하고 싶었는데…”

SK 유니폼을 입은 사람 중 대구구장에서 유일하게 환영받는 사람. 현역 때 ‘삼성의 레전드’로 불린 이만수 수석코치다.

그동안 말을 아꼈던 이 코치는 19일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모처럼 입을 열었다. 아마도 SK의 우승을 예감했던 모양이다.

홈런타자로, 명포수로 남부럽지 않게 이름을 날렸던 선수 시절. 그러나 이 코치에겐 한 가지 이루지 못한 게 있었다. 바로 대구구장에서 우승트로피를 들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일이었다.

이 코치는 “오늘 우승하면 대구에서 처음 우승한다”면서 “여기서 그렇게 우승하고 싶었는데 항상 마지막에 안 됐다”며 감회에 젖었다.

한두번도 아니고 6번이다.

삼성은 82년 원년 한국시리즈에서 OB(현 두산)에 1승1무4패로 눈물을 흘린 뒤 84년 롯데, 86·87년 해태, 90년 LG, 93년 해태에 져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이 코치가 잘 안다.

그는 “여기 오니 6번의 한국시리즈 장면이 스쳐지나간다”면서 “2등하고 나면 감독님이 옷을 벗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90년 준플레이오프 2연승, 플레이오프 3연승한 뒤 LG와 붙었는데 4전 전패했다. 정동진 감독이 바로 그만두셨는데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이 코치는 지도자로 들어선 뒤 맛본 우승이 정말 소중하다.

그는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코치로 월드시리즈와 트리플A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그리고 SK로 와서 4년 동안 3번이나 우승했다.

“그래도 메이저리그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실”이라는 이 코치는 “지도자하면서 우승에 대한 꿈은 다 이뤘다. 고향 같은 대구에서도 좋은 추억을 안고 돌아간다”고 끝을 맺었다.